1인당 3만원 이상의 식사 접대를 금지한데다 법망이 강화되면서 법인들의 유흥주점 접대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여기에 최근 기업들의 인사철임에도 괜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축하 난을 보내는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식당, 술집, 꽃집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현재 생계를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84.1%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고 답했다.
유흥업계도 룸살롱·단란주점 등이 경기침체로 이미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김영란법' 시행으로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 상황이다.
4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전국의 유흥업소는 2만5000여개, 서울지역의 유흥업소는 2500여개에 달한다.
업소가 밀집된 강남의 경우 현재 300여개가 운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30여개 업체가 문을 닫았고, 10여개 업체가 업종전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서울지부회장은 "김영란법으로 인해 경제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폐업하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훼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법 시행 초기인 지난해 10월 결혼 시즌에도 꽃을 찾는 사람들이 대폭 줄었고, 연말연시 인사철이 됐지만 대다수 꽃집들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불필요한 오해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축하 난을 보내는 관행이 눈에 띄게 사라졌고, 축전이나 스마트폰 메시지로 대신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훼생산자협의회에 따르면 2015년 화훼업계 총매출액은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됐지만, 지난해에는 7000억원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일각에선 올해 총매출액이 5000억원대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로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결혼 등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10월에도 출하량을 반으로 줄였지만 무엇보다 꽃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서 "하루 30만원 대였던 매출이 6만원 아래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화훼농가와 소매점을 함께 운영하는 최모씨는 "예년에는 6500원에서 8500원 사이에 팔리던 국화 한 단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4000원대에 팔리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화훼업계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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