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물가·공공요금 줄줄이 인상…연초부터 서민 삶 팍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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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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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주·라면·계란 등 물가 들썩…정부 대책은 ‘사후약방문’

  • 서울·부산 등 지자체도 공공요금 올려…소비위축 불가피

3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 진열대에 라면들이 진열되어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맥주·라면·계란 등 생필품 가격에 이어 상하수도·지하철 등 공공요금마저 줄줄이 인상되며 서민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침체로 얇아진 지갑이 설 대목을 앞두고 팍팍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갑작스런 생필품 가격인상에 정부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설 대책은 아직 수립 전인데 물가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 소비위축까지 겹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그러나 정부는 물가를 잡을 여력이 없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정공백을 틈타 기습인상한 라면과 맥주도 넋놓고 바라보며 정책 타이밍을 놓쳤다. 11월부터 역대 최고 살처분을 갈아치운 산란계는 계란값 상승으로 이어지며 설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정부는 3일 계란값 안정 대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식용유에 사용되는 남미산 콩도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 수급이 쉽지 않아 치킨집 등 식용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식당의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맥주, 콜라, 빵, 계란에 이어 라면까지 주요 생필품 제품이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달 이후 식품업계 1위 업체들이 잇따라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면서 국정 공백을 틈 탄 기습 인상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농심 라면은 지난달 20일부터 평균 5.5% 인상했다. 농심의 가격 조정은 지난 2011년 11월 이후 5년 1개월만의 인상이다. 앞서 11월에는 오비맥주가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품목 출고가를 평균 6% 올렸다.

국내 베이커리 업계 1위 파리바게뜨 역시 193개 품목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다. 계란값은 2주일 사이 약 10% 안팎이 상승하며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 수도권 공공요금도 올해부터 더 내야 한다. 서울시는 종량제 쓰레기 봉투 요금을 20리터 기준 440원에서 490원으로 잡았다. 하수도요금은 올해부터 평균 10%씩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부산도 서면과 남포동 등 1급지 주차요금과 부산~김해 경전철 요금, 상수도 요금 등을 올리거나 계획중이어서 밥상물가가 당분간 넉넉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도 대책마련에 주저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물가 상승이 1%대에 머물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계란처럼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업계의 가격 인상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에 가격이 오른 제품의 경우 그동안 줄곧 인상하지 않았던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물가 수준이 1%대에 머물러 현재 상승추이가 소비심리에 반영되는 부분은 미미하다고 본다. 좀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정청탁금지법으로 외식·농축수산물 업계 등이 설 대목을 앞두고 매출이 급감한데다, 계란·식용유 등 기본 식재료 상승을 물가 지표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계란이나 식용유는 빵이나 튀김, 치킨 등 각종 완제품을 위한 식재료다. 이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완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다”며 “정부가 지표에 의존하면 악화되는 실물경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 경기부양을 하지 못하면 어려워진다는 절박함이 있다. 물가가 상승할 조짐이 있으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장기화로 계란값 안정에 뒤늦게 조치한 사례를 볼 때 1분기 물가를 어떻게 잡느냐가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숙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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