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랑하기 때문에' 차태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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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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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이형 역을 맡은 배우 차태현[사진=NEW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변신을 위한 변신은 하고 싶지 않아요. 장르적인 변화는 필요하지만, 갑작스레 제가 사이코패스나 살인범 연기를 한다고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아요.”

배우 차태현(40)은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더라도 한눈에 알 수 있는 ‘차태현 표’ 힐링 무비는 오랜 기간 관객들의 사랑과 신뢰를 쌓아왔다. 견우(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지나 현수(영화 ‘과속 스캔들’), 여장부(영화 ‘슬로우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가장 최적화된 작품과 캐릭터를 도맡으며 어느덧 로맨틱 코미디·가족 드라마 분야에 적임자로 꼽히게 되었다.

1월 4일 개봉한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감독 주지홍·제작 ㈜AD406·제공 배급 NEW) 역시 마찬가지다.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타인의 몸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남자 이형(차태현 분)이 여고생부터 할머니까지 몸을 오가며 사랑의 큐피드 노릇을 하는 내용은 새해를 맞이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소재일뿐더러 배우 차태현에게 가장 최적화된 이야기다.

“근래 읽은 시나리오 중 최고로 재밌었어요. 영화라는 게 늘 그렇듯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잖아요? 이번 영화의 경우에는 함께 나오는 배우들이 연기를 다 잘해주셔서 그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이형 역을 맡은 배우 차태현[사진=NEW 제공]


극 중 이형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타인의 몸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고, 그들의 애정 전선에 끼어들어 일종의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때로는 여고생의 몸속으로 때로는 치매 걸린 할머니의 몸속으로 말이다. 언제 그칠 줄도 언제 기억을 되찾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이형은 꾸준히 갈등하고 고민하며 혼란스러워한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제가 많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각 에피소드들의 흐름이 끊길 수 있으니까요. 제가 그들의 몸속에 빙의되어있다는 것을 알리면서도 에피소드를 흐리지 않는 작업이 중요했죠. 그러려면 출연 배우들이 유명하신 분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설명이 함축적인 데다가 보는 분들이 조금 더 수긍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의 전작 ‘헬로우 고스트’에서 귀신 붙은 남자 상만을 떠올릴 수 있는 이형이지만 그 구분점 또한 명확하다. 차태현은 쉬이 이 부분을 인정하며 “관객들이 ‘과속스캔들’ 혹은 ‘헬로우 고스트’를 떠올릴 것 같아 고민했지만 故 유재하의 노래들이 마음을 이끌었고 그 곡이 이전작들과 명확한 구분점”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헬로우 고스트’에서 보여준 부분이라 새롭지 않았어요. 하지만 故 유재하 씨의 노래 스크린으로 옮겨오는 것, 극장에서 그의 노래를 듣는 것이 의미를 가질 거로 생각했죠. 그게 좋아서 시작한 건데 두 곡만 쓰게 되어 아쉬웠어요.”

그의 말마따나 故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는 영화의 에피소드들을 잇는 중요한 테마곡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감싸 안으며 빈틈 사이사이를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헌정 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기획의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꽤 좋게 봤고요. 오프닝 장면에서 이형이 사고를 겪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사랑하기 때문에’가 삽입되면서 여느 작품과는 다른 울림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말희(김윤혜 분)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 이형(차태현)과 스컬리(김유정)[사진=NEW 제공]


여고생 말희(김윤혜 분)에서 피곤에 찌든 중년 형사 찬일(성동일 분), 배 나온 교사 여돈(배성우 분)과 치매 걸린 할머니 갑순(선우용녀 분)까지. 이형은 여러 인물에게 빙의되고, 차태현은 여러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했다.

“‘헬로우 고스트’는 제가 여러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들이 저를 연기하는 것이라서 부담이나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래서 캐스팅에 신경을 쓴 거예요. (성)동일이 형이나 (배)성우 형은 워낙 저를 잘 아시고 선우용녀 선생님은 워낙 상대를 잘 파악하시니까요. 따로 논의할 게 없었죠. 윤혜의 경우는 제가 남자다 보니 제스쳐 같은 것들을 많이 알려줬죠.”

전작 ‘엽기적인 그녀2’ 이후 자신의 인생 캐릭터인 견우를 온전히 털어낸 그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이형을 만나게 되었다.

“저는 늘 견우라는 캐릭터를 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엽기적인 그녀2’를 찍으면서 ‘이제 됐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완전히 정리한 기분이었죠. 보시는 분들은 모르실 수도 있는데 저는 굉장히 차이를 크게 느껴요. ‘엽기적인 그녀2’를 찍은 뒤에 ‘사랑하기 때문에’나 ‘신과 함께’를 찍게 되었는데 확실히 견우 같은 모습은 없는 것 같아요.”

견우를 지운 차태현의 새로운 모습들. 이제 막 변화를 시작한 만큼, 장르나 캐릭터 적인 면에서도 ‘변화’를 기대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장르적인 변화에 관해서는 고민해봤어요. 범죄나 스릴러 적인 시나리오도 보고 있지만 제 캐릭터가 급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변신을 위한 변신은 하고 싶지 않은 거죠. 제가 누굴 찌르고 죽이고 하는 것도 어색할 것 같고…. 중요한 건 제가 그런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하하하. 그보다 제가 탐나는 건 코미디예요. 요즘 나보다 웃긴 애들을 보면 그렇게 부럽더라고!”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이형 역을 맡은 배우 차태현[사진=NEW 제공]


다른 어떤 것보다 코미디 연기에 질투심(?)을 느낀다는 차태현은 최근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배우로 조정석을 꼽기도 했다.

“영화 ‘형’을 보는데 정말 웃긴 거예요. ‘와,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계속 감탄하면서 봤다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류)승범이의 연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조정석 씨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흉내 낼 수 없는 분야의 웃김이라고 할까요.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잖아요.”

코미디에 대한 남다른 애정. “거침없이 망가지더라도 웃기고 싶은” 배우 차태현의 열망은 예능프로그램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배우와 예능인 사이에 미묘한 중심을 잡아주기도 했다.

“영화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망가지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게 다른 배우들과 다른 점일 수 있죠. 그건 영화 속 캐릭터와 예능에서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아직 예능을 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고요. 만약 제가 (김)주혁이 형 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예능을 그만두는 게 맞겠죠. 하지만 영화나 예능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고 또 그것들끼리 아직은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니까요.”

올해로 데뷔 22년 차. “청룡영화상부터 대종상, 연기대상, 연예대상까지 받을 건 다 받았다”고 말문을 연 그는 “남우주연상 빼고 있을 건 다 있다”며 태연스레 웃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트로피가 아니라는 투였다.

“어릴 땐 주연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리고 이제 제 마지막 목표는 평생 연기를 하는 거예요. 그러려면 매번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잘 되어야겠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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