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는 헌정 사상 최악의 사건을 목도한 국민들은 거악과 적폐의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구체제)을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 국가 시스템 대개조에 나서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1000만 촛불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넘어서 최악의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찾아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보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리셋(Reset)하는 정도의 혁명적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 요구는 공정과 정의, 보편적 인권,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것, 구체적으로는 재벌 ·언론 ·검찰 ·정치개혁으로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저출산과 고령화, 4차 산업혁명, 청년실업 등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나갈 큰 비전과 역동적이고 책임 있는 리더십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가시스템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개혁의 주된 방안으로 개헌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우려를 넘어 싸늘하기만 하다.
국민들은 개헌을 국가 시스템 개혁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정치권은 누가 정치권력을 가지느냐 셈법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헌을 놓고 국민의 괴리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29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정치권이 현 시점에서 개헌과 개혁 중 어떤 과제에 더 집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개혁이 우선‘이 55.7%로 과반 이상을 넘었다. ’개헌이 우선‘이라는 의견은 32.3%에 그쳤다.
지난달 28~29일 진행된 <한겨레> 새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검찰 개혁’(30.3%), ‘관료 개혁’(24.0%), ‘언론 개혁’(15.9%), ‘재벌 개혁’(11.7%), ‘격차 해소’(4.05%) 순으로 개혁 과제의 순위를 꼽았다.
헌법학자들은 현행 헌법 하에서의 법률 개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개혁들도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은 개헌 이전에 선결되거나 최소한 개헌과 동시에 추진돼야 의미가 있는 또 하나의 시대적 과제”라면서 “개헌이 국회의원 200명의 동의와 국민투표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과 달리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할 각오만 돼 있다면 지금 당장도 얼마든지 해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유권자가 행사한 표의 등가성과 국민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하는데 있다”면서 “이를 통해 승자독식에 가까운 불균형을 바로잡고, 소수자와 약자의 의견이 존중되며 사회적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정치 참여를 높이는 방안으로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도입과 지방분권화, 납세자 주권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꼽히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사법개혁을 통해 권력비리를 통제해야 하고, 검찰권의 축소와 분산,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등 언론 개혁 입법을 통해 언론자유를 획득하고, 지방개혁을 통해 권한의 수직적 분산으로 주민에게 권력을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이 연초부터 한목소리로 '개혁 입법'을 외치면서 검찰개혁, 재벌개혁 법안의 국회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촛불의 함성은 적폐의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100년 국가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체제까지 건설하자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이는 정치권이 간과해선 안될 2017년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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