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태근 기자 = '아디디’는 90허우(後, 1990년대 출생자) 여성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산둥(山東)성 고향으로 돌아와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하고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4년 간 아디디의 사업은 '맑음'에서 '흐림'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한 뉴스가 그녀를 우울하게 했다.
중국 대표 에어컨생산업체인 거리(格力)전기의 둥밍주(董明珠) 회장이 한 토크쇼에 출현해 "90허우가 일하기를 원치 않고 집에서 인터넷 쇼핑몰이나 만들고 있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둥 회장은 현 세대의 젊은이들이 중국 경제 발전에 잠재적인 '근심거리'가 됐다며 인터넷 쇼핑몰 등 사업모델이 실물경제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둥 회장의 말처럼 가상경제와 실물경제는 물과 불처럼 서로 융합할 수 없는 걸까. 90허우의 인터넷 쇼핑몰 오픈은 '도피'일까, 아니면 자발적인 '선택'일까. 둥 회장의 발언은 중국 사회에 열띤 논쟁을 일으켰다.
◇ 인터넷 경제 vs 실물경제, 충돌인가 공존인가
“저는 전자상거래 창업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디디는 "인터넷 쇼핑몰은 최근의 '대중창업' 열기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으로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고 지지해야지 젊은이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옳지 않아요" 라고 말했다.
이러한 아디디의 생각은 많은 90허우 인터넷 쇼핑몰 창업주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수 많은 청년들이 SNS를 통해 "인터넷 쇼핑몰은 사회와 소통하고 비즈니스 노하우를 축적하는 길이자 새로운 유통 루트를 열어주는 실물경제의 든든한 지원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대로 둥 회장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도 있다. 중국 대표 식음료기업인 와하하(娃哈哈) 그룹 쭝칭허우(宗慶后) 회장이 대표적이다. 쭝 회장은 "실물경제가 진짜 부(富)를 창조하는 경제로 인터넷은 '가상경제'일 뿐"이라며 "가상경제는 실물경제를 지원해야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실물경제를 밀어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면 실물경제가 힘을 잃어 경제가 무너지고 결국 가상경제도 '거품'처럼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수장인 마윈 회장은 이러한 기업인의 주장을 반박했다. 마 회장은 이러한 논쟁을 언급하고 "실물경제와 가상경제는 대립관계가 아니다"라며 "기업인들이 과거 속에 살면서 미래를 원망해서는 안된다"고 일침했다. 실물경제가 새로운 과학기술을 도입하고 혁신과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지만 비로소 내일의 태양을 맞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업계 인사는 "가상경제가 오프라인 매장 실적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인터넷의 발전과 이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쇼핑몰, 공유경제 등은 결국 실물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될 것"이라며 "가상경제의 발전이 일자리, 새로운 소비수요 창출을 이끌어 오프라인 사업을 키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 떠밀렸나, 자발적 선택인가
사실 둥 회장의 주장이 완전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 서비스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어느 정도 청년층의 직업 선택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관련기관이 발표한 '2016 대졸자 진로 경향' 통계에 따르면 취업을 원하지 않는 졸업생 비중이 48%에 달했다. 이 중 15%가 넘는 청년들이 창업을 꿈꾸며 '경영자'가 되겠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열려는 젊은이들은 유복한 가정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느슨한 근무 환경,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추구해요. 인터넷 창업을 선호할 수 밖에 없죠", 아디디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 개설이 늘어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차오더왕(曹德旺) 푸야오(福燿)유리 회장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차오 회장은 "오늘날의 대졸자들은 공무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금융기관도 선호한다"면서 "뛰어난 자질을 갖춘 노동자의 수는 점차 줄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몰고 온 물결이 일부 젊은이를 집안에 가두고 인터넷 쇼핑몰, 인터넷 방송 등에만 몰두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청년이라면 기개있는 창업정신을 갖고 더 넓은 바깥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90허우가 실물경제를 위해 일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많은 변수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실물경제 일자리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로 나온 청년들이 살기 위해 실물경제에서 밀려난 것이지 이들의 새로운 선택이 실물경제에 타격을 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기업인들이 오늘날의 젊은이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갖고 이들이 실물경제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많은 젊은이들은 인터넷 쇼핑몰 등 가상경제에서 자신의 자리와 가치, 더 나은 '일'의 기회를 찾고 있다. 아디디도 말했다. "저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에요. 창업 경험이 쌓이고 기회가 있다면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고 또 그 곳에서 스스로를 성장시킬 자신도 있어요" 라고 말이다.
기사자료 = 인민일보 해외판
정리 및 번역= 아주경제 김태근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