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배우의 입장, 관객의 입장에서 고른 명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장면 속 특별한 에피소드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47번째 타자는 영화 ‘여교사’(제작 (주)외유내강 ·공동제작 Film K·제공 배급 필라멘트픽쳐스)의 김태용 감독이다.
영화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 분)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 분)의 관계와 심리를 담고 있다. 효주는 자신이 눈여겨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 분)와 혜영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의 것을 빼앗으려 노력한다.
치정극의 형태를 띤 ‘여교사’ 그 화려한 겉면을 하나씩 거둘 때마다 더 치열하고 섬세한 속내를 발견할 수 있다. 과연 “질투, 파격 그 이상의 문제작”이라 불릴 만하다.
“아직도 생각해요. 어떤 선택이 옳았을까? 뜨거운 물을 붓느냐, 붓지 않느냐는 완전 다른 결말을 만들어내죠. 저는 효주의 선택이 결국 자신의 자존감을 지킬 것인가 아닌가로 판단했어요.”
효주는 끝내 자존감을 지키는 것을 선택했다. 혜영이 살아있음으로써 자신의 모든 욕망이 부정되는 것을 막은 것이다.
“저는 효주가 마지막 선택에 있어 끝까지 욕망을 채우길 바랐어요. 기존 한국영화에서 다룬 치정극은 나이든 남자와 어린 여자를 설정하는데 여성들이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여성이 주체가 되고 욕망을 표현하는 작품을 그리고 싶었죠.”
그런 이유로 김태용 감독은 효주를 미혼으로 선택했다. “제도권 밖에 서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여성의 선택에 있어서 이런 관계와 부조리를 선택하고 기획한 이유는 계급문제를 공론화시키기 위해서였어요. 보통 계급이라고 하면 커다란 것들을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계급은 아주 가까이, 우리 주변에 있어서. 그런 것들을 자극하고 싶었고 효주의 시선으로 따라가면서 그 일말의 자존감을 지켜주고자 했어요. 그런데 그 마지막 선택에 있어서 정서적인 충격이 뒤따른 것 같아요.”
김태용 감독은 ‘문제적’인 효주의 선택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 영화가 그 정서를 직접 전달하기도 하지만 이야깃거리, 화두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며 “영화의 가치가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영화 ‘여교사’는 1월 4일 개봉해 현재 절찬리 상영 중이다. 러닝타임은 96분, 관람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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