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근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서울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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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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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4일 아주경제와 만나 "서울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미래지향적 아이디어를 결합한 '서울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서울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서울디자인재단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3년 임기의 절반을 돌아선 서울디자인재단 이근(56) 대표이사는 27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명실상부 우리나라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폭넓은 경험과 풍부한 식견을 앞세워 디자인의 발전 방향과 재단 운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복합문화공간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이 대표를 만났을 때 그의 첫인상은 온화함이 가득했다.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담겨 있었고, 몸에는 겸손함이 배어 있었다.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이 대표는 다소 과묵해 보였지만 디자인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재단의 업무 파악력, 남다른 통찰력이 돋보였다.

이 대표는 "디자인은 외형도 중요하지만 내실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겉으로만 보기에 멋스럽고 화려한 것이 아닌 다양한 정책과 콘텐츠로 속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시민들이 제시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디자인을 만들고, 그들에게 편의성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첨단도시로서 공공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사회적인 측면이 강한 디자인 도시를 만들겠다는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아직도 디자인은 '예쁘게 꾸미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이 대표가 말하는 디자인은 무엇이며, 서울디자인재단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들어봤다.

◆과거 제자들을 양성하다 공공기관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있다면

"홍익대에서 자동차 디자인 전공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서울디자인재단과 서울의 교통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함께 진행한 적이 있다. 그 외에도 디자인재단이 진행하는 몇몇 프로젝트에 자문 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 인연으로 서울디자인재단의 대표이사직에 지원하게 됐다. 평소 서울의 디자인 정책에 관심이 많았다. 또한 학교에 있으면서 디자인 전공자들이 디자이너 외에 다양한 직업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디자인 관련 기관의 수장으로서 디자인 관련 일자리를 만들고, 디자이너들의 취업·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스타트업이나 청년 창업자를 위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서울디자인재단은 2008년부터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DMC창업센터'를 운영하며 디자인분야 스타트업과 차세대 청년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디자이너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기업 운영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센터를 거쳐 간 디자이너 및 디자인기업들은 독일 iF Product Design Award, 미국 IDEA Design Award 등 해외 디자인 어워드 수상과 활약이 두드러진다. 또한 2009년부터 DDP 옆 유어스빌딩에 위치한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를 통해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창작공간과 패션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홍보·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 투자 외에도 공모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진 디자이너와 디자인 기업을 발굴하고 있으며, 디자인위크·패션위크 등을 통해 데뷔 기회를 주거나 판매망을 연결해주고 있다."

◆디자인재단이 민간의 역량을 배우고 보완해야 할 점이 있는지

"서울디자인재단은 공공기관이지만 DDP 운영, 패션위크 개최 등 민간기업과 협력할 기회가 많다. 민간의 속도에 맞추다보니 다른 기관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고 서비스 마인드가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자본수익률)에 대한 치열함이 민간보다 부족한 게 사실이다. 업무 진행에 있어 신중함뿐만 아니라, 결과에 있어서도 신중함을 기르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서울디자인재단의 강점을 꼽는다면

"서울디자인재단은 DDP를 중심으로 다양한 디자인 분야를 흡수하고 있다. DDP는 여러 디자인 전시, 행사를 통해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 같은 전통적인 디자인 분야뿐 아니라, 패션, 건축까지 디자인의 한 분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시켰다. 특히 도시디자인, 교통디자인 같은 개념을 소개함으로써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까지 디자인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서 선발된 서울디자인재단 구성원들과 재단이 보유한 다양한 디자인 분야 네트워크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DDP라는 매력적인 공간은 재단이 디자인 분야 전문가들을 모으고, 디자인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DDP라는 디자인 전문 시설과 디자인 이해도가 높은 전문 인력풀이 재단의 가장 큰 힘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서울디자인재단은 DDP를 운영하기 위한 조직으로 탄생해, DDP 오픈 및 운영이라는 1차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제 DDP로 인해 높아진 시민들의 디자인 의식을 더욱 고취시키고, 디자인을 통해 시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구체적 성과를 보여야 할 때다. 아직까지도 디자인을 장식적 요소로 보며 특정 계급의 향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시민들의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시민들이 더 많이 디자인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 서울디자인재단이 오픈하는 ‘새활용플라자’는 과잉소비의 시대 물건의 새활용(업사이클) 가치를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된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의 디자인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기아차의 성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한국의 디자인 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이 서울의 높은 디자인 수준에 감탄하는 것도 많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디자인은 아직까지 대기업 위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기업의 타이틀을 떼고도 경쟁력 있는 스타 디자이너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는 디자이너들이 디자인만으로 먹고 살기 힘든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자생력을 갖도록 지원하고, 시민들이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하도록 알리는 서울디자인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손꼽히는 DDP를 운영하면서 가장 잘한 점이 있다면

"DDP는 독특한 외관과 축구장 8개 면적의 크기 탓에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숙제이다. 설계상 죽어 있는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하였다. 인적이 뜸했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LED장미를 옮겨 심어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게 했다. 또한, 배움터 내 전시장과 전시장의 통로 역할을 하는 디자인 둘레길에 작품을 설치하고 전시를 열어 대형전시를 보기 위해 이동하는 구간이 지겹지 않게 했다."

◆DDP가 사람들에게 어떤 장소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사람들은 DDP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들로 인해 DDP를 박물관, 미술관, 컨벤션 센터 등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DDP는 DDP이다. 예를 들면 홍대는 권위적이지 않고 실험정신이 살아 움직이며, 개성을 존중하고, 재미를 즐기며, 약간의 일탈이나 실수가 용납되는 그런 여유로움이 존재하는 장소이다. 사람들에게 DDP는 그런 장소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대표인 나를 비롯해 서울디자인재단의 가족들은 그런 문화가 DDP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공간에 문화를 입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 놓치면 아까워하고 아쉬워는 것들을 DDP에 계속 담아낼 것이다. 이를 통해 DDP는 알면 알수록 새롭고 갈 때마다 놀라운 공간이 될 것이다."

◆디자이너의 책임이란 어떤 것이고 이와 관련 어떤 일들을 실천하고 있나

"'자투리전'과 '새활용플라자'가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착한 소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진행한 대표적인 실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월 동대문 지역에서 생산되고 남은 의류 폐자제인 자투리천을 이용한 '자투리전'을 DDP에서 진행했다. 의류를 제작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되는 수십만톤의 자투리천에 디자인을 가미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냄으로써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아갈 수 있는 업사이클 산업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두 번째는 앞서 말한 '새활용플라자'이다. 지상 5층 건물로 이루어진 새활용플라자에는 폐자제를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소재와 가공법을 소개하는 소재은행과 업사이클 공방, 전시장, 판매샵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근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 약력

△1959년 9월생 △경기고 △홍익대 산업디자인 학사 △홍익대 일반대학원 석사 △Royal College of Art(런던) 석사 △대우자동차 디자인센터 책임연구원(1986~2001)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2001년 3월~2015년 2월)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원장(2012년 3월~2015년 2월) △홍익대학교 퍼스널모빌리티연구센터 센터장(2013년 3월~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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