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쓰릴 미' 10주년 공연 포스터 [사진=달 컴퍼니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평소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A씨(29)는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공연의 캐스팅과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공연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오늘도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의 출연 날짜를 알아야 그 날 시간을 비워놓는데,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A씨와 같은 ‘뮤덕’(뮤지컬 덕후의 줄임말로 뮤지컬 팬을 뜻하는 신조어)들이 뮤지컬 제작사들의 뒤늦은 캐스팅 일정 공개로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볼 사람은 본다’ 식의 일처리가 뮤덕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 4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오는 2월 예정된 뮤지컬 ‘쓰릴 미’의 제작사 달 컴퍼니를 성토하는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때가 되면 하겠지란 생각에 기다려 왔는데, ‘공연 올려요’란 말 말고는 아직 아무 것도 나온 것이 없어 짜증이 난다. 오늘은 발표하겠지라는 기대로 퇴근한 게 벌써 며칠 째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보통 뮤지컬 제작사들이 한 해 공연 라인업을 준비할 때 공연 기간과 장소는 연 초에 미리 공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우 캐스팅 라인업은 공연 시작 2~3개월 전 관객들에게 공개한다. 그러나 달 컴퍼니는 지난 5일까지 ‘쓰릴 미’의 캐스팅 라인업과 일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누가 나오는지, 누가 언제 나오는지 모르기 때문에 관객들은 답답할 수 밖에 없는 것.
이에 대해 당시 달 컴퍼니 측은 “배우 캐스팅이나 일정, 공연장은 이미 결정된 상황이다. 이르면 이번주나 늦으면 다음주에 공개될 예정이다”라면서도 “아직 확실하진 않아서 정확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내부적인 사정으로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달 컴퍼니는 공연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지난 6일 ‘쓰릴 미’의 일정과 함께 출연진 명단을 발표했다.
뮤지컬 제작사의 이 같은 늑장 행태가 비단 ‘쓰릴 미’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11월 개막한 뮤지컬 ‘오! 캐롤’은 오는 2월 공연의 캐스팅과 일정에 대한 정보를 아직 제공하지 않았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 역시 지난 5일 마지막 티켓 오픈 시간 4시간 전 부랴부랴 일정을 공개해 뮤덕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뮤지컬 제작사들의 이러한 ‘뮤덕 홀대’에는 비록 공연 일정 공개가 늦어져도 공연 충성도가 높은 뮤덕들이 티켓을 사줄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일반 관객 유치는커녕 뮤지컬 고정 팬들조차 찬밥 신세를 당하는 상황 속에서 ‘뮤지컬 대중화’는 공허한 메아리인 셈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물론 제작사들마다 회사 사정으로 공연 일정 공개가 일부 지연될 수는 있다”면서 “다만, 어떤 때는 개막 한참 전부터 티켓 오픈을 진행하고 다른 때는 공연이 임박해서 티켓을 팔면 관객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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