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 정부가 부산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면서 연일 초강수를 내놓고 있다. 양국 간 관계가 악화 일로 양상을 보이자 외신에서도 소녀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BBC "소녀상은 사과 부재 상징" WSJ "미국도 깊은 우려"
한일 외교에 빨간불이 켜지자 외신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BBC는 최근 보도를 통해 "전쟁 당시 차출된 위안부 여성 20만 명 중 상당수가 한국인이었다"며 "문제가 된 소녀상은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직면한 어려움이자 적절한 사과와 보상이 부족했다는 점을 상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산시는 한때 소녀상을 철거했으나 여론의 항의가 이어진 데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과 이마무라 마사히로 부흥상 등이 차례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설치했다"며 "부산 외에 서울과 호주 등에 다수 설치돼 있는 소녀상은 한일 관계의 입장차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비엔나 협약'까지 거론하면서 통화 스와프 백지화 등 보복 조치를 하고 있다"며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다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엔나 협약은 지난 1961년 체결된 것으로, 비엔나 협약의 제22조에서는 "어떠한 손해에 대해서도 공관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책무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조항에 근거해 소녀상 설치가 이 조항에 어긋난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SJ는 또 "양국은 한국의 탄핵 스캔들이 시작되기 전부터 서울 주재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의 철거 여부를 두고 대립했으나 부산 소녀상까지 더해지면서 관계가 악화됐다"며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미 당국자들은 양국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자 사설을 통해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게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완곡하게 표현해왔다"며 "이번 한일 갈등은 잘못된 과거사가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게 한다"고 전했다.
사설은 또 "일본 정부는 소녀상 설치를 두고 한일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 주요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행위 또한 한국 입장에서는 한일 합의 불이행 조치로 볼 수 있다"며 "한일 양국이 현재 상황을 진화하기 위해 일치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일본 생떼에 주한 일본대사·부산총영상 일시 귀국
지지통신이 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는 이날 오전 김포국제공항에서 "부산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 일시 귀국했다. 이에 앞서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총영사도 김해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한 상태다.
이는 부산에 있는 일본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데 대한 항의 조치로, 두 사람은 당분간 일본에 머물며 향후 대응 방식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례에 따라 일시 귀국 기간은 열흘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체코를 방문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한일 양국인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합의했음에도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새로 설치된 것은 유감"이라며 "일본은 한국 측에 소녀상 철거 문제를 포함해 합의 내용 이행을 촉구하고 싶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 측은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총영사의 일시 귀국 조치를 발표하는 한편 양국 간 진행 중인 한일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초강수를 내놨다. 한일 고위급 경제협의도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앞서 NHK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은 10억 엔의 돈을 내면서 의무를 실행했다"며 "이는 국가 신용의 문제로 한국 측이 제대로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소녀상 철거를 압박하는 발언으로 풀이돼 향후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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