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17 희망 ‘꽃길’]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 고객센터, "우리도 감정노동자, 작은 배려가 큰 나눔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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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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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관계' 등으로 사회적 갑질이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감정노동자들에게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 고객센터에서 한 상담사가 고객에게 걸려온 전화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


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국내 감정노동자가 110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인권 보호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특정 감정을 표현하도록 요구되는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통칭해 '감정노동자'라 한다.

콜센터 상담 직원, 백화점 상담 직원, 승무원, 금융인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감정노동자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사회 전반에 걸쳐 작용하고 있는 '갑을관계' 때문에 모든 업종에서 직장인 대부분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콜센터 상담직원의 경우 하루에 수십 통씩 악성 전화에 시달리다 우울증에 걸려 삶을 비관하거나 실제로 자살까지 시도하는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갑을관계’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부족한 편이다.

'여객기 안 승무원 폭행', '백화점 갑질 고객', '콜센터 폭언' 등 감정노동자 관련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감정노동자 중 승무원, 홍보도우미, 휴대폰 판매원, 장례지도사, 아나운서, 리포터, 식당 웨이터, 검표원, 마술사, 페스트푸드점 점원, 콜센터 상담원, 미용사, 텔레마케터, 은행 창구 직원 순으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정유년을 맞아, 올해부터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관심 유도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 고객센터'를 찾아, 상담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삶을 조명해 보았다.

건보공단 부산지역본부 고객센터에는 22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1인당 하루 평균 110건의 건강보험 관련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


-상담사의 하루 시작 오전 8시부터...
-하루 평균 상담 전화 110통
-폭언, 인격 모독, 욕설 등 상담사 고충 늘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1월 현재, 강원도 원주에 본부 고객센터를, 서울, 경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역본부별로 각각 지역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센터에는 12개 협력사가 참여하고 있고, 1495명의 상담사가 전화 상담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각 지역 고객센터에서는 건강보험 관련 일반상담을, 본부 고객센터에서는 외국인 상담과 수화 상담 등 특수상담을 전담하고 있다.

공단 고객센터는 KS-CQI(서비스 품질지수) 고객서비스 만족도 5년 연속 우수 콜센터로 선정될 만큼 상담사들의 친절도나 응대율이 높은 곳이다.

부산지역본부 고객센터에는 2개 협력사 220명이 1인당 하루 평균 110 건의 건강보험 관련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보험료 납부고지서가 발송되는 시점인 25일부터 납부마감일인 다음달 10일까지는 상담 집중기로 하루 평균 130 건 이상의 전화 상담을 소화해 내야 한다.

상담사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평균 근무 37개월, 평균 연령 35세로 여성이 92%를 차지하며, 미혼 상담사가 63%에 달한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체 상담 전화 1천 8백만 건 중 중 부산은 2백 57만 건의 전화를 상담하여 전체 전화 중 약 14%를 상담했다.

부산지역본부 고객센터 김인혜 매니저는 "고지서가 가정에 도달되는 전화 집중기에는 쉴 틈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진이 빠질 정도로 힘이 든다. 그렇지만 친절하게 응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데, 가끔 걸려오는 악성 민원 상담으로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들이 상담해야 하는 업무 분야는 무려 1030종에 달한다. 그만큼 건보공단 업무분량이 많고, 수시로 변경되는 규정은 규정대로 교육 등을 통해 업그레이를 해야 하므로 그 고충 또한 매우 크다. 상담 전화 내용을 분류해 보면 보험료 납부확인서 등 각종 재증명서 발급 전화가 약 38%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으며, 자격문의나 보험료 같은 징수 문의가 각각 20% 정도를 차지한다.

부산지역본부 이영준 고객상담부장은 "최근 들어 은행권 대출, 아파트 분양 등에 제출하기 위한 각종 증명서 발급 관련 전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업무 외적인 부분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공단은 IT 시대에 걸맞게 인터넷 홈페이지 발급을 유도하거나, 직접 지사에 방문해 발급할 수 있도록 요청 드리고 있지만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모두 응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최○○ 국정농단'까지 언급하면서, 상담사들을 향해 "최○○ 한테 돈 갖다 바칠 수 없으니 내가 낸 돈 다 내놔라", "너희가 최○○ 하고 다를 게 뭐냐"라는 식의 비방과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퍼붓는 악성 민원인들이 있어, 상담사들의 고충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고객센터 한 직원은 "악성 민원의 강도가 강해지면 저희도 감정 조절이 안되 눈물이 나고,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라며, "요즘 같은 세상에 고객 분들의 힘든 부분도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저희들을 가족 또는 친구로 생각하고 전화를 주시면 정말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때로는 상담사들이 상담과정에서 보람과 기쁨을 만끽하기도 한다. 어떤 60대 어르신은 상담사의 건강검진 권유를 받고 검진을 받았는데 이를 통해 위암을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 받아 잘 회복되고 있다며, 그 어르신의 자녀로 부터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는 등 감동 사례들이 이들의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감사전화를 받은 상담사 A모씨는 "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의 상담사라는 뿌듯함과 나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온 마음을 담아 상담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그렇게 상담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건강검진 꼭 받으셔서 건강 꼭 챙기세요"라며 오히려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


공단은 상담사들을 위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화 상담 품질을 향상을 위해서도 CS 리더를 양성하는 등 교육도 다양화 하고 있다.

또한 출산휴가, 육아휴직, 업무시간 선택제 등을 운영해 상담사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센터 내에는 휴게실과 온돌방을 설치해 상담과정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영준 고객상담부장은 "2017년 새해에는 상담을 원하는 국민이나 상담사 모두가 매우 만족하는 해가 될 수 있도록 고객센터를 운영해 나갈 계획"이며, "상담사들이 좀 더 친절하게 국민인 고객을 상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등 상담품격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국민 여러분들도 상담사들의 애환을 잘 이해해 주시고, 협력해 주시길 당부"하며, "공단이 추구하는 '국민행복'의 비전을 달성해 나가는데 땀방울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해 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등 국회의원 44명이 '감정노동자보호법 제정안'을 공동 발의해 주목되고 있다. 올해는 감정노동자들이 '꽃길'만 걷는 한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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