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지난 2017년 1월 4일 국방부·통일부·외교부와 함께 ‘굳건한 안보’를 기조로 2017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이날 국가보훈처는 ①‘명예로운 보훈(2013~2017년 국가보훈처 국정과제)’의 성공적인 마무리 ②보훈외교를 통한 한미동맹 강화③ 국민 호국정신 함양을 위한 나라사랑 교육 실시 등 ‘비군사적 대비’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국가보훈처의 본업인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을 소홀히 여기고, 실패한 외교·안보 기조를 답습한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날 국가보훈처에서 언급한 비군사적 대비란 무엇이며, 일각의 비판처럼 보훈업무와는 하등의 관계도 없는 별개의 일인 것일까?
사실 비군사적 대비라 하면 그 의미가 잘 와 닿지 않기 때문에, 그 상위 개념인 ‘국방’과, 그 대응적 개념인 ‘군사적 대비’를 간략하게나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편 비군사적 대비는 이러한 직접적인 방위활동을 제외한 모든 국가 안전보장에의 노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비군사적 대비의 주체는 전 국민이고, 그 내용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대한민국의 모든 영역을 망라한다는 점에서도 군사적 대비와는 구별된다.
그러나 비군사적 대비 여하에 따라 군사적 대비의 역량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안보에 있어 비군사적 대비는 군사적 대비에 준하는 중요성을 지닌다.
이러한 비군사적 대비는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각종 제도·인프라와 국가수호에 대한 국민의 정신적 역량으로 구성된다.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인프라에는 경제력 외에도 국가수호 노력에 대한 보상(報償) 제도, UN집단안전보장체제, 한미동맹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한편 국민의 정신적 역량에는 대한민국의 과거·현재에 대한 올바른 이해, 국가수호에 대한 의지, Noblesse Oblige, 국민통합 둥이 해당된다.
사실 국가보훈처에서는 상기한 내용을 처 차원의 중점 추진과제로 설정해 수 년 전부터 적극 실시해 오고 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報勳)은 국가보훈처 고유의 업무이고, UN집단안전보장체제와 한미동맹 강화는 국가보훈처 국정과제인 ‘UN참전국과의 보훈외교 강화’의 연장선 상 목표이다.
여기에 독립·호국·민주의 역사를 통해 이루어진 대한민국을 올바로 이해하고 대한민국을 길이 보전하려는 의지를 다지는 것이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 교육이다.
한편 국난의 상황에서 특히 필요한 고차원적 국민의 덕성이라 할 수 있는 Noblesse Oblige 또한 국가보훈처에서 매달 선정하는 ‘이달의 보훈인물(이달의 독립운동가&이달의 6·25 전쟁영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이다. 여기에 분열된 국론을 한 데 결집해 국가 역량을 극대화 하자는 국가보훈처의 갈등극복 캠페인 또한 앞에서 언급한 비군사적 대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일견 한미동맹은 외교부의 소관으로 보이고, UN집단안전보장체제는 국방부, 역사와 애국심에 대한 교육은 교육부의 소관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과 UN집단안전보장체제는 6·25전쟁으로 맺어진 미국 등 UN참전국과의 혈맹 관계와 보훈외교라는 특수성을 배제하고는 온전히 다루어질 수 없다.
국민 나라사랑 정신 함양이나 국민통합 또한 ‘대한민국의 오늘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으로 이룩된 것이므로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그 정신을 기억하고 선양하며, 이를 정신적 토대로 삼아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자’는 국가보훈의 이념에서 그 근거와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
이렇듯 비군사적 대비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한미동맹은 보훈이라는 매개체가 전제되어야 하며, 국민들의 호국의지나 애국심 등 정신적 역량에도 보훈은 불가분의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보훈 기반의 외교·안보 기조는 대한민국의 어제·오늘·내일을 아우르는 거시적 차원의 정책방향으로 유효하게 작용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편 국가유공자에 대한 궁극적 보훈은 이들의 희생으로 지켜진 대한민국을 영원히 보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을 위한 비군사적 대비 자체는 광의의 보훈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가보훈처의 비군사적 대비가 그 본업인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을 소홀히 여기고, 실패한 외교·안보 기조를 답습한다는 식의 비판은 대한민국의 국가수호 역사에 대한 무지요, 표리일체의 관계인 보훈과 국방·안보의 현실에 대한 간과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오류는 미래에도 영구히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국가보훈과 비군사적 대비의 연계에 의한 파생 효과를 사장시키는 무책임한 처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삼가고 또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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