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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리프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서 개최된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많은 스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쓴 소리를 쏟아낸 가운데 이를 두고 트위터에서는 찬반논란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9일 오전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적인 영화인들”의 비판은 “놀랍지도 않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공로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리프는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6분 동안 트럼프의 이민, 언론, 장애인 모욕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스트리프는 작년 대선 기간 중 트럼프가 장애를 가진 뉴욕타임즈 기자를 흉내내면서 모욕한 것을 두고 “올해 가장 나를 충격에 빠뜨린 연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 장면을 보고 심장이 철렁했다. 좋아서가 아니었다. 완전히 그 반대였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자리에 오르겠다는 사람이 장애를 가진 기자를 흉내내고 있었다. 그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 그를 모욕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이 영화가 아니라 진짜 현실이었다는 점이었다”라고 트럼프에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그는 “잠깐이었다고 해도 강력한 권력을 가진 사람의 그 같은 행동은 모든 이들의 삶게 녹아들기 마련이다. 왜냐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시는 무시를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권력자가 지위를 이용해 다른 이를 괴롭힐 때 우리는 모두 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감 중 트럼프를 언급한 것은 스트리프만은 아니었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이올라 데이비스 역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우려를 표했다.
데이비스는 “미국은 그 자체로 하나의 확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왜냐면 우리의 신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취임히라 방법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TV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영국의 휴 로리는 앞으로 이번 시상식이 마지막 골든글로브가 될 수 있다는 농담을 던지며 “세상의 사이코패스 억만장자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트위터에서는 이들의 발언이 “용감하고 멋지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줄리안 무어 등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은 "고마워요 메릴 스트리프"라며 그를 응원했고 현장에서 관객석에 있던 배우 캐리 워싱턴은 스트리프의 소감 발표 중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우들의 소감을 두고 대통령 당선자와 그를 지지한 이들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보수매체 폭스뉴스의 션 해니티는 트위터에 "이러니까 할리우드가 죽어가는 거다. 이런 위선자들을 보라. 섹스, 폭력, 입방정이 바로 할리우드다. 채널을 돌려라"라고 공격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맥케인 상원의원의 딸 메간 맥케인 역시 트위터로 "메릴 스트리프의 발언은 트럼프가 이길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보여준다. 헐리우드가 트럼프의 당선 이유를 깨닫지 못한다면 결국 그가 재선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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