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 연말·연시에 매출이 상승하는 유통업계 특성상 ‘연말특수’는 올해 찾아보기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부자들이 소비시장을 외면하면 소비절벽이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보면, 소득 대비 소비지출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구분 없이 모두 역대 최저 수준이다.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대란도 소비위축에 가세했다.
번 돈 중에서 식료품과 집세, 공과금, 교통비, 통신비, 여행, 의료비 등 각종 명목으로 지출한 돈이 가장 적다는 의미다. 그만큼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평균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은 2003년 64.6% 수준을 유지하다, 2010년 63.0% 이후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3년 59.6%로 60% 선이 붕괴됐고 2014년 59.3%, 2015년 58.6%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하락세를 지속해 1분기 58.6%, 2분기 57.9%, 3분기 58.0%까지 밀렸다.
지갑을 닫는 모습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구분없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득 하위 10%인 1분위 계층 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은 2015년 96.3%로 처음 100%를 밑돌았다.
통상 저소득층은 소득보다 생필품 등 기본적인 소비지출이 많아 이 수치가 100%가 넘지만 처음 소득과 소비지출 간에 역전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소득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고정 지출비가 상승하니 저소득층의 살림은 더 팍팍해지는 구조로 흐르고 있다.
소득 상위 10%인 10분위 계층도 경기 불확실성에 소비를 줄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 50.3%로 50%를 웃돌았지만 2010년 48.2%로 내려왔고 이어 하락세를 지속해 2015년 45.1%까지 내려 앉았다.
이처럼 전 계층의 소비부진은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 않고, 소득 정체와 가계부채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부동산가격 하락 및 거주비 증가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경제적 심리적 여유가 줄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소비절벽 우려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호텔신라 등 백화점과 면세점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호텔신라는 10일 나란히 장중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생활물가 등도 소비심리와 소비지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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