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한다. 반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대권 가도에 뛰어들면서 냉혹한 검증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업무 평가는 물론 보수‧진보정권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했던 과거 행적 등도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반 전 총장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 진행되면 현재의 지지도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선출직 경험이 전혀 없는 반 총장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과연 혹독한 검증 절차를 견뎌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이 때문에 반 전 총장 측 입장에서는 검증 과정이 심화되기 전에 하루빨리 조기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반 전 총장에 걸었던 기대감이 검증이 진행될수록 깊은 실망감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국 반 전 총장의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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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10년간 재임하며 풍부한 국제경험을 쌓은 것은 그만의 자산이다. 높은 인지도의 바탕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임 기간 업적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변화와 혁신과는 거리가 먼 ‘역대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대표적인 실책으로 시리아 내전, 유엔 개혁 실패, 유엔 평화유지군 성추문 사태, 아이티 콜레라 창궐 책임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귀국을 앞두고 반 전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가 10일(현지시간) 뉴욕 맨허튼 연방밥원에 뇌물 혐의로 기소된 것도 반 전 총장에게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들은 2014년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 복합빌딩인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중동의 한 관리에게 50만 달러(6억 원)의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3년 경남기업이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주현씨에게 500만달러의 커미션을 주고 랜드마크 72 투자자 알선을 요청했는데, 이들 두 사람이 중동 관료들에게 이 빌딩의 구입을 설득하면서 250만 달러의 뇌물을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심각한 자금위기에 처한 경남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성완종 사장은 정관계 자금로비 리스트를 남긴 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성 사장은 반 전 총장의 스폰서였다는 사실은 이미 홍준표 경남지사에 의해 잘 알려진 바 있다.
아울러 반 전 총장 본인 역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박연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지만, 검증 국면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또 72세의 고령임에도 ‘정치신인’이라는 참신한 이미지는 있지만, 국내 정치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은 정치적 미숙이라는 단점과 ‘내치 수행능력’에 대한 불안감으로 연결된다.
정치색이 옅다는 점은 장점일 수 있지만, 보수․진보정권을 오가며 줄타기한 ‘반반(半半) 행보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회색’ 이미지로 각인될 가능성이 높다.
반 총장은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으로 유엔 사무총장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고인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인 것이나, 외교문서 공개를 통해 알려진 'DJ 동향 보고' 논란은 야권 지지자들에겐 결정적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올바른 용단”으로 치켜세웠고, 박정희 독재 개발의 새마을운동을 적극 지지한 ‘친박’ 행보는 박근혜 정부 책임론과 엮일 가능성도 높다.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국립현충원, 5·18 묘지, 서문시장, 유엔묘지, 팽목항,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것도 그동안의 친박 행보를 물타기하면서 호남․야권의 중도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을 돕는 그룹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친이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중도층 확장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10년 실정에 촛불민심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정 책임자들과 보수정권 재창출에 나섰다는 비난 여론이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우선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이념과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과 화합’ 행보에 나서는 등 보수와 중도층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3지대론’ ‘충청·호남 연합론’(뉴DJP연합론) 등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범보수진영 결집이 도모되는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이 대선 지각 변동을 일으킬 메가톤급 변수라는 점은 확실하다. ‘기름장어’라는 별명처럼 현미경 검증 과정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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