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IMF보다 재벌 눈치 보는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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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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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해 바뀌기 무섭게 재벌 눈치만 본다는 의심을 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년 전 삼성그룹을 비롯한 재벌 금융사를 선진국처럼 하나로 묶어 감독하라고 권고했다. 금융위는 지금까지 답을 안 내놓고 있다. 새 감독체계 도입안은 2016년까지 이태에 걸쳐 연두 대통령 업무보고에 담겼다가, 올해 들어서는 아예 빠졌다.

재벌 금융사는 끊기 어려운 연결고리로 묶여 있다. 보험이나 증권, 카드로만 나눠 제각각 감독해서는 사각지대가 생기기 쉽다. 삼성그룹만 봐도 그렇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5곳이 다른 어떤 금융그룹도 부럽지 않을 만큼 많은 돈을 번다. 자산 규모도 양대 금융그룹인 신한ㆍKB금융그룹을 바짝 추격할 정도로 크다. 그런데 삼성그룹 금융사는 통합규제를 받지 않는다.

애초 금융위가 2013년 동양사태를 못 막은 이유도 여기 있다. 사태가 터진 후 당국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당국은 개인 투자자로부터 모은 돈이나 부채비율이 일정 기준 이상인 재벌을 더 엄격하게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에 속한 증권사는 계열사와 거래할 때마다 규모와 잔액, 비중을 공시하도록 했다. 특히 계열 금융사 간 공동행위를 문제 삼았다. 동양그룹 금융 계열사끼리 자금을 조달하거나 채무를 부담하고, 금융상품을 파는 바람에 걷잡을 수 없을 지경으로 사태를 키웠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한때 IMF 권고를 곧장 따를 것처럼 보였다. 동양사태가 터진 후 당국은 새 조직을 만들고, 통합감독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업권이나 회사별로만 규제해서는 동양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부실 책임이 있는 재벌 금융사 대주주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결국 말뿐이었다. 논란이 잦아들자 당국은 다시 재벌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결정적인 이유는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 금융사인 삼성생명은 순환출자 고리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삼성생명 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으로 약 21%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영구적인 우호 지분인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보유한 주식도 7%에 맞먹는다. 다시 삼성그룹 알맹이인 삼성전자 대주주는 삼성생명이다. 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아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이 금융 계열사에 대한 규제가 느슨할수록 유리할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수장이 바귈 때마다 당국은 통합감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2015년 1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업권별로 된 검사체계를 금융그룹 중심으로 전환하겠다. 올해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듬해 1월 "일정 규모 이상인 금융그룹에 대해 통합감독체계를 구축하겠다. 금융그룹이 위험을 적시에 인식ㆍ측정ㆍ관리할 수 있는 통합 위험관리체계를 만들어 위험 전이와 집중을 차단하겠다"고 대통령에 보고했다.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이달 5일 열린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보고에서는 관련 내용이 아예 사라졌다. 금융위 측은 "삼성그룹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들어 세부적인 방침이 세워지면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보고에서 빠졌다고 안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모습만 보면 통합감독이 아직 금융사에 불리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오너 일가를 위한 숨은 의도만 없다면 되레 유리한 게 많다. 하나금융그룹은 2008년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 계열사 간 유사업무를 사업별로 통합한 사업부문제를 채택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계열사별로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국 때문이다. 금융감독체계가 기능이 아닌 각각 다른 업권에 속한 계열사별로 이뤄져 중복검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금융그룹이 다시 과거로 후퇴한 이유다.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7년 전 후진국 금융 그만하자고 금융지주를 도입했다. 금융산업을 키우려면 감독체계도 꾸준히 고쳐야 한다. 금융위는 스스로 공언해왔다. 이번 업무보고가 지금껏 해 온 말을 뒤집는 게 아니기를 바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통합감독 추진 일정과 시행 시기를 다시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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