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영하의 한파에도 이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지난 2013년 이후 약 3년 6개월여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살아있는 헤비메탈의 전설’ 메탈리카를 보기 위해 약 1만 8000여 관객들이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이들의 내한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관객들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인 관객들을 물론이거니와, 외국 관객들도 메탈리카를 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뤘고, 공연 시작 3~4시간 전부터 일대는 뜨거운 기운이 감돌 정도였다.
이날 메탈리카의 본공연은 8시 30분. 이에 앞서 7시 20분부터는 일본의 유명 메탈그룹 베비메탈이 오프닝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예열했다. 베비메탈은 수메탈, 유이메탈, 모아메탈 세 명의 소녀로 구성 된 메탈 아이돌 그룹으로 전세계적으로 매니아 팬들을 끌어모으며 실력을 입증한 그룹이다. 헤비메탈 반주에 역동적인 안무가 뒤섞여 그들의 모습을 처음본 이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무대였지만, 어느새 그들의 실력에 감탄과 박수가 절로 나왔다. 메탈리카를 기다리던 관객들도 환호와 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가 식을 때쯤인 9시, 드디어 고대한 메탈리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에게 빠지는 시간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악기 튜닝을 위해 짧은 소리를 내는 순간에도 관객들은 한 음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마침내 이들은 첫 곡인 ‘하드와이어드(Hardwired)’의 라이브로 포문을 열었다. 첫 무대부터 몰아치는 헤비메탈은 이내 울렁거리는 뜨거움으로 가슴을 가득 채웠고, 그렇게 네 번째 내한공연의 막이 올랐음을 실감했다.
멤버들은 공연이 시작된 후 긴 인터미션 시간이란 단 한번도 없이 뜨겁게, 또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스탠딩을 즐기는 관객들과 하나가 돼 헤비메탈을 연주했고 이들의 공연을 목 빠지게 기다렸던 관객들도 이에 화답하듯 미친 듯 흔들어댔다.
보컬 겸 기타를 맡은 제임스 헷필드는 한국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화답하듯 웃어 보였다. 특히 고척스카이돔의 지붕을 뚫어버릴 듯한 그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현장의 많은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하드와이어’에 이어 ‘아틀라스 라이즈(Atlas, Rise!)’ ‘새드 벗 트루(Sad But True)’ ‘웨어에버 아이 메이 룸(Wherever I May Room)’ ‘언포기븐(Unforgiven)’ 등으로 이어지는 곡은 쉴새 없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투베이스’의 대명사 드러머 라스 울리히의 드럼 연주는 마치 심장이 뛰듯 온 몸을 때렸다.
누가 이들을 50대 중반의 아저씨로 볼까. 전성기 시절의 체력에 실력 역시 노쇠함이란 없었다. 2시간여의 시간동안 온 무대를 휘저으며 베이시스트 로버트 트루히요와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의 솔로 연주는 벌어진 입을 다물게 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의 화려한 연주는 현란한 손가락 놀림에 시선을 떼기조차 어려웠고, 전설적인 연주의 향연을 눈앞에서 보는 감격은 어떤 표현으로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개개인 연주 실력은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였지만, 이들이 한 음악을 연주할 때는 그 어떤 것보다 견고하고 단단했다. 긴 시간 다져진 헤비메탈의 전설들이었다.
메탈리카의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들의 대표적인 히트곡인 ‘마스터 오브 퍼펫츠(Master of Puppets)’였다. 공연장은 “마스터! 마스터!”를 연신 외치며 ‘마스터 오브 퍼펫츠’를 함께 열창했고, 그야말로 환상적인 떼창이 탄생했다. 관객들은 이 순간만을 기다린냥 목이 터져라 따라불렀고, 메탈리카 멤버들은 그런 관객들의 모습에 넘쳐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파워메탈 발라드의 ‘페이드 투 블랙(Fade to Black)’으로 뜨거워진 열기를 잠잠하게 시키는가 하더니 웅장한 ‘시크 앤드 디스트로이Seek and Destory)’로 본 공연을 마쳤다.
그러나 메탈리카를 이대로 보낼쏘냐. 첫 앙코르곡 ‘배터리(Battery)’로 방전됐을 팬들의 열정을 충전시키더니 지친기색 없이 내달렸다. ‘낫띵 엘스 메터스(Nothing Else Matters)’로 화려함의 대미를 장식하는가 하면, 메탈리카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대표곡 ‘엔터 샌드 맨(Enter Sand Man)’은 단연 이날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메탈리카의 공연이 지속되는 동안 이 역사적인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꿈같은 현실도 믿기지 않았지만, 지치지 않은 이들의 헤비메탈 열정과 녹슬지 않은 연주 실력에 공연 내내 엄지 손가락을 내려오지 않았다. 혹시,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왔다면, 헤비메탈이란 장르를 생소하게 생각했던 관객들이라면 단언컨대 이번 메탈리카의 공연을 보고 난 뒤 헤비메탈의 세계에 빠질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았던 120여 분의 축제였다.
네 명의 50대 아저씨에게 반했던 순간. 메탈리카와 함께했던 시간은 2017년 시작 후 가장 추웠던 날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날로 바꿔버린 마법이었다. 메탈리카의 전설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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