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터키 대통령의 독재 가능성과 높아지는 테러 위협 속에서 터키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고조되면서 터키 리라화가 11일(현지시간) 4% 급락하며 장중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리라는 11일 달러 대비 3.93리라로 연초 대비 12%나 미끄러졌다. 게다가 리라는 이미 작년 한 해에만 달러 대비 17%나 떨어진 바 있다.
물론 여기에는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인해 투자자들이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제고와 달러 강세를 기대하면서 신흥시장에 있던 자금을 달러 자산으로 옮긴 탓도 있다.
그러나 신흥시장 중에서도 터키는 정치적 리스크가 유독 높고 달러 표기 회사채가 많은 데다가 중앙은행의 환율 방어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터키 내 IS와 쿠르드계 무장단체의 테러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에르도안이 쿠데타 이후 독재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라보뱅크의 피오트르 마티스 외환 전략가는 “안보 위험, 쿠데타 이후 정국 혼란,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대네 요인으로 인해 리라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터키의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중앙은행이 나서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에르도안은 경제 성장률 둔화를 이유로 금리인상을 공공연히 반대한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가 심각한 환율위험에 직면했다"며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S&P는 터키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수준인 'BB'로 제시하고 있다.
터키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터키의 성장률은 2016년 3분기 1.8%에 그쳤고 인플레이션은 급등하는 속에서 소비자 심리지수와 제조업 경기는 부진하고 국가 신용등급은 강등됐다. 터키의 11월 경상수지 적자는 전월비 5억9000만 달러나 늘면서 경제를 더욱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많은 투자자들은 오는 1월 24일 열리는 터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안트제 프래프케 전략가는 리라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리라 약세로 인하 물가상승률의 급등과 금융 불안정을 막기 위해서는 터키 중앙은행이 지금처럼 수용적인 통화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다가 작년 11월 기준금리를 3년 만에 7.5%에서 8%로 0.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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