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최순실씨의 '개인비서' 역할을 한 의혹이 제기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공식' 수행과 '비공식 업무'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행정관은 자신의 업무로 '대통령 옷 수령'만 밝히고 나머지는 어떤 일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1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온 이 행정관은 '비공식 업무'에 대해 "의상을 갖고 오는 것도 작은 범주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의상실에 가서 박 대통령의 옷을 찾아오는 일은 "부정기적"으로 이뤄졌고 "한달에 몇 번은 아니고 순방이 있으면 그 전에 가는 횟수가 잦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회 소추위원 측이 "옷 가지러 간 일만 보면 곁다리로 할 수 있는 일일 것 같은데 비공식 업무라고 할 수 있나"고 묻자 "업무를 일일이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전추 행정관도 비공식 업무, 사적 업무를 담당했다고 했는데 사적인 업무가 두 명이나 일해야 할만큼 많은가"라는 질문에는 "주관적으로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 당선 전후 시점부터 지난해 초까지 최씨를 수십 번 만났다고 증언했다.
이 행정관은 "2012년 말부터 2016년 초까지 사이에 최씨를 만난 횟수는 얼마나 되느냐"는 이진성 헌법재판관의 질문에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수십 회는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행정관 자신은 박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말께 대통령의 옷을 만들어주는 의상실에 갔다가 최씨를 처음으로 만났다고 주장했다.
또 최씨와 대통령 의상 관련한 업무를 함께 했으며 최씨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도 지난해 초 의상실 근처에서라고 진술했다.
그는 의상이 아닌 일로 최씨를 본 적은 없으며 최씨를 자신이 운전하는 차에 태운 적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행정관은 최씨와 "기 치료 아주머니 이상 없이 모셨습니다" 등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국회 측은 이 행정관에게 "'원장님 이상 없이 끝내시고 봉투 드리고 모셔다드렸습니다', '채혈한 거 잘 챙기겠습니다', '홍 부장님 도착해서 옷 보고 계십니다' 등의 문자를 주고받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답변한 이 행정관은 그러나 계속된 국회 측 추궁에 "정확히 기억을 못 하지만 아마 그랬던 것 같다"고 마지못해 시인했다.
국회 측은 "압수된 이 행정관의 문자 내역으로 추정컨데 2013년 4월부터 7월까지 13회에 거쳐 (최씨에게 보낸) '오시냐, 안오시냐'란 문자가 나왔다"며 "일주일에 한번 정도 그런 류의 문자 왔다갔다 한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행정관은 청와대 근무 및 박 대통령 상근 경호 업무를 제안한 것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그 당시엔 몰랐는 데 후에 제가 나온 고등학교 선배란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휴대전화에 안봉근 비서관을 'S1'이라고, 최씨를 '선생님'이라고 저장해놨다고 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차명폰을 갖고 다닌 게 안봉근 전 비서관 등과 통화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국가 원수가 대부분 도·감청 위협을 안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판단해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정관은 유도 선수 출신으로 박 대통령 후보 시절 경호를 담당하다 대통령 당선과 함께 청와대 4급 행정관으로 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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