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일가에 대가성 특혜를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12일 소환되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 및 구속기소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9년 전인 2008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논란과 관련해 피의자로 소환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 전무였던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와 삼성SDS 등 계열사 지분을 정상가보다 헐값에 넘겨 받아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을 확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과 관련해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이 부회장은 불기소 처분돼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이번 만큼 이 부회장이 법망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이 최씨가 실소유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서 삼성이 가장 많은 액수인 204억원을 부담하는 등 최씨 측에 특혜지원을 했다는 의혹의 정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은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에는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지원했다. 삼성이 회장사인 승마협회는 2020년까지 186억원 상당을 정씨 종목인 마장마술에 지원한다는 '중장기 로드맵'도 작성했다.
이 밖에도 삼성은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총 16억원을 지원했다.
실제로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계열사들을 끌어들여 최씨 일가에 금전적 지원을 하라고 지시한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구속기소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최씨 일가 지원사실은 인정하지만 이 부회장의 관여·지시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 최씨 특혜지원이 공교롭게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이뤄진데다, 사실상 삼성을 이끄는 이 부회장이 최씨 일가 지원 사실을 몰랐을리 없기 때문에 삼성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관 출신인 김모 변호사는 "법원은 심중팔구 경영권을 가진 오너가 최씨 지원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팀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이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에 대해 일괄적으로 사법처리를 한 후 박 대통령과 최씨에게 제3자 뇌물죄가 아닌 직접 뇌물죄를 적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씨가 금품을 받은 행위가 박 대통령이 직접 받은 것과 사실상 마찬가지이며 이는 공직자인 박 대통령이 민간인 최씨와 공모해 직접 뇌물을 받은 것으로 특검팀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실질적 이해관계를 같이한다고 평가해 실질적으로 박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제3자 뇌물죄와 뇌물 수뢰죄는 형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특가법으로는 수뢰액에 따라 최소 5년에서 무기징역까지 구형이 가능하다. 특히 뇌물수뢰죄의 경우 공직자의 직무 처리나 집행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제3자 뇌물죄보다 더 중하게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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