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2일 오전 '뇌물 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면서 SK·롯데·한화·CJ그룹 등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미르·K스포츠재단의 자본금 출연 외에 청와대로부터 K스포츠재단 사업을 지원해달라고 요청을 받은 회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의 칼끝은 다음 표적으로 '대가성 사면' 의혹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 2015년 8월15일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최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특검은 당시 김영태 SK 부회장이 2015년 8월10일 복역 중이던 최 회장과의 접견에서 "왕 회장(박 대통령)이 귀국(사면)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대가)를 줬다"고 말한 대화 녹음 파일을 입수했다. 교도소 접견 내용은 기록이 남기 때문에 이들이 은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돼 2년7개월간 복역한 최 회장은 김 부회장과 면회한 지 사흘 만에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돼 8월14일 풀려났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것처럼 이미 사면 대상이었다"면서 "미르재단 지원금과 관련된 내용은 이 시점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111억원을 낸 만큼, 특검팀은 사면이 이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역시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신동빈 회장이 2015년 7월 공식 만찬에서 박 대통령과 만난 뒤 같은 해 10월26일 미르재단에 28억원을, 12월31일 K스포츠재단에 17억원을 각각 출연했다.
지난해 K스포츠재단에 추가출연 요구를 받고 70억원을 추가 출연했다가 롯데 경영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착수되자,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인 지난해 6월9일부터 5일에 걸쳐 전액 돌려받았다.
당시 강제수사 정보를 롯데 측이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검찰이 언급했고, 실제로 수사의 최종 목표인 신 회장은 구속을 면하고 불구속 기소됐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2015년 공식·개별면담을 가진 뒤 같은해 10월 미르재단에 15억원을 출연했다. 12월4일에는 K스포츠재단에 10억원을 출연했다. 이 과정에서 그해 7월10일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했으며, 지난해 4월20일에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자로 선정돼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위해 최순실 측근 차은택이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12월 이 사업에 단독으로 응찰했고, 1조원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특검팀은 정부의 공이 될 사업에 CJ가 나선 이유에 의혹을 품고, 청와대로부터 이 회장의 사면 등을 약속받은 것은 아닌지 살필 방침이다.
이밖에 KT·부영 등도 수사 대상으로 언급된다. KT는 지난해 2월 황창규 회장이 박 대통령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막아달라"는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T의 민원은 같은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이뤄졌다.
부영그룹도 K스포츠재단에 3억원의 자금을 출연한 뒤 추가 출연요청을 받는 과정에서 세무조사 무마 등의 대가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특검의 수사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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