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朴 강한 요구에 자금 지원 결정"...특검 "형량 고려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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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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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 지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압박에 가까운 강한 요구로 삼성그룹이 최씨 일가에 수백억원대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압박이 있었다고 해도 이는 향후 재판에서 형량을 결정할 때 선처 고려 요소일 뿐, 삼성그룹 핵심 수뇌부를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13일 특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면서 박 대통령의 강한 압력 탓에 원치 않게 최씨 일가에 거액의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승마 유망주 육성 명분으로 2015년 8월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했다. 또 비타나V 등 삼성전자 명의로 산 명마 대금도 4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자금은 다른 승마선수들에게 한 푼도 돌아가지 않고 모두 최씨 가족의 독일 부동산 매입 등 생활비 등에 쓰였다.

삼성은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가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이권을 챙기려 세운 것으로 드러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800만원을 후원했다. 또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중 최대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안가 독대 때 박 대통령이 코레스포츠 계약 등 승마 관련 지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역정을 내 긴급히 내부 회의를 열어 경위를 파악하고 최씨 일가 지원을 지시했다고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회장은 이 무렵에야 최씨의 구체적인 존재를 알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특검팀은 지난해 2월 독대 때에도 박 대통령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0억원 규모의 추가 기부를 하라고 이 부회장 측에 요구한 구체적인 정황도 파악했다.

특검은 앞서 조사한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역시 이 부회장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는 등 삼성그룹이 강요에 따른 '피해자'였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법리 검토 결과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 특검 관계자는 "우리 판례로는 압박을 느껴 돈을 건넸다고 해도 공여자 역시 처벌을 받는 것으로 본다"며 "삼성의 논리는 양형(형량을 정하는 것)에서만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을 뿐"이라고 삼성 측 주장을 반박했다.

법학계에서는 공무원이 압박이 아닌 협박에 이르는 수단을 동원, 직무 범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았을 때 이를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여러 개의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으로 봐 공갈죄와 뇌물수수죄가 동시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다수설이다.

판례도 공무원이 직무집행의 의사를 갖고 직무와 관련해 갈취했으면 수뢰죄와 공갈죄가 동시 성립(상상적 경합)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돈을 건넨 사람은 피해자의 성격이 있어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와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상존한다.

특검팀은 이번 사건에서 박 대통령이 삼성 측에 지원이 원활치 않다고 압박한 구체적인 정황은 있으나 뚜렷한 정책적 '보복' 수단까지 동원해 매우 강력한 공포를 느끼게 하거나 협박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고 보고 삼성을 '피해자'로만 간주해 처벌을 면하게 해주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날 삼성그룹 수뇌부와 국민연금의 삼성합병 찬성 의혹에 연루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에게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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