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의 뇌물수수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12일 오전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고 13일 아침 귀가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 50분께 강남구 대치동 D 빌딩에 있는 특검팀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이 '혐의를 인정하느냐', '충분히 소명했느냐' 등 여러 질문을 했지만, 이 부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기 중이던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이 부회장은 전날 오전 9시 30분께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팀에 출석했다. 22시간 넘게 '마라톤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이 특검이나 검찰에 출석해 이처럼 장시간 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피의자 조사는 삼성 에버랜드 사건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그만큼 특검팀과 삼성 양측이 치열한 법리 싸움을 벌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 조사는 검사 출신인 양재식(51·사법연수원 21기) 특검보의 지휘 아래 '대기업 수사통'인 한동훈(44·27기) 부장검사와 김영철(44·33기) 검사가 진행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일가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2015년 7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에 대한 대가인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최씨가 설립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이 204억원의 출연금을 낸 것도 수사 대상이다.
이 부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삼성의 최씨 일가 지원이 박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공갈·강요의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위증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국조특위는 12일 그를 위증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금명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포함한 사법처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의 최씨 일가 지원을 주도한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도 전날 오후 2시께 소환돼 13시간 이상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을 포함해 최근 소환한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등 그룹 수뇌부의 사법처리 여부를 일괄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삼성의 뇌물 의혹 수사를 일단락하고 다음 주부터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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