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2.8%에서 2.5%로 0.3%포인트 낮춘 것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성장률 하향 전망의 주된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부적으로 미국 대선 이후 달러화 강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기대효과 등이 변했다"며 "국내에도 경기 외적인 상황 변화가 많았고 특히 민간소비가 작년보다 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작년 4분기 성장률에 대해 "일각에서는 0% 성장,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전과 비교해 다소 둔화된 것은 맞지만 그 정도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은 둔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없냐는 질문에 "올해 성장률이 2.5% 수준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답했다.
집값 하락 전망에 대해선 "과거에 비해서는 낮아지겠지만 건설경기, 집값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물가상승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유가의 경우 연중 배럴당 50달러 초반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감산이행 여부, 달러화 흐름, 셰일오일 증산 추이,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변화, 유가 상승 시 대체에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50달러 초반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시장금리와 기준금리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위험요인 없나?
- 작년 11월 이후 시장금리와 기준금리의 격차가 많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그전에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너무 붙어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률적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실제 지금 국고채와 기준금리 격차를 보면 평균적 수치에서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다. 시장금리는 △통화정책 기대감 △경기 전망 △글로벌 시장 △채권시장 수급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금리와 기준금리가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사실상 격차가 벌어진다 하더라도 그 원인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미국 금리인상 추이에 따라 한국은행 금리인상 거론되고 있는데?
- 국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를 3번 올리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미국 금리인상 횟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금리를 몇번 올리든 우리 경기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 금융상황에 어떤 요인이 있느냐 등 제반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 이상의 정확한 통화정책을 거론하기는 힘들다.
▲연초 2%대 중반 성장 전망 외환위기 이후 처음인데 잠재성장률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 2015년 잠재성장률을 3.0~3.2%로 추정했다. 하지만 최근 수 년간 실제 성장률이 2%대를 유지하고 있고 얼마 전 통계청에서 인구추계를 새로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잠재성장률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조사국에서 잠재성장률을 다시 추정해보려고 한다. 마무리되면 말할 기회 있을 것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할 때 미국 달러화 흐름 어떻게 반영?
- 환율에 대한 발언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 일반적인 평가를 보면 금년 이후에 금리인상과 미국 신정부가 신성장 정책을 한다는 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 달러화가 당분간은 강세 기조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 하반기에 가서는 조금 수그러들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판단했을 때 강세 기조를 일반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충분한가?
- 최근 3개월 동안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이 67억 달러 감소했다. 주된 요인으로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다 보니 여타 통화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들어 생긴 것에 기인했다. 달러화 변동에 따른 것일 뿐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현재 37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올해 유가를 배럴당 얼마로 예상?
- 유가를 전망할 때는 에너지 관련 전문연구기관의 시각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금년에는 변수가 많다. 주요 산유국 감산 이행 여부, 달러화 흐름, 셰일오일 증산 추이,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변화, 대체 에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한다. 불확실성이 강하지만 제반 요인을 고려할 때 당분간 배럴당 50달러 초반 수준으로 보는 것이 무리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월 들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는데?
- 미 신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예상 변동변화, 미 연준의 금리인상 횟수 기대감에 대한 환율 변동성 등이 주요 원인이다. 원화 환율이 다른 신흥국 통화와 비교해 봤을 때도 비교적 변동성 높은 것이 사실이다. 원화가 풍부한 노동성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거래되면서 신흥국에서 대용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원화 환율이 변동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가격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는 경제 수출 등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 있다.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하며 쏠림현상을 나타나지 않는지 유의깊게 보고 있다.
▲소비자 심리지수와 실제 지표 사이의 괴리는 있는 것은 아닌가?
-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된 원인은 코리아세일페스타 시행 등 최근 정부정책에 대한 효과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나타나는 지표와 소비지표의 차이는 약간의 시차도 있다.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실제로는 괜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소비심리가 호전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기업심리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 실적이 반등하고 있다.
- 현재 기업의 수익 상황, 결산 상황을 보면 실적이 나쁘지는 않다. 기업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건 몇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겠다. 다국적 요인으로 보면 원자재 가격이 낮아지는 혜택,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업계가 호황을 맺은 점, 환율이 상승한 것도 기업 수지상황 개선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심리는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신뢰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만큼 국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 심리가 위축받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심리 위축이 오래 지속된다면 투자와 고용 성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변동이 가계부채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 금리 정책을 완화 기조로 끌고 가는 것은 경제 코스트를 절감해서 투자를 진작시키는 목적으로 한다. 기업이든 가계든 부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계량적으로 숫자를 낼 순 있지만 정량적으로는 힘들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대책, 대출 규제완화 등 정부 정책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내수부진 속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 올해 경쟁성장률을 보면 2.5% 수준이지만 기간별로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고 본다. 성장과 물가가 예상대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은?
- 아직 지난해 4분기에 대한 정확한 추이가 끝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0% 성장,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종합해서 살펴보면 그정도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이전과 비교하면 다소 둔화됐다고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서 문제가 있었나? 임금 소득이 줄었나, 혹은 소비심리가 위축되었나?
-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한 배경을 보면 작년 10월 전망 이후 대내외 여건이 급속히 바뀌었다. 외부적으로는 미국 대선 이후 미 달러 강세, 미 연준 금리 인상 이후에 대한 기대효과 등이 변했다. 국내에도 경기 외적인 상황 변화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서 하향 조정하게 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민간소비가 지난해보다 더 둔화할 것으로 본 게 성장률 전망의 주요 포인트다.
▲올해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데?
- 금리, 정부정책 등을 살펴보았을 때 주택경제, 건설경기가 최근 수 년간 좋았다. 과거에 비해서는 낮아지겠지만 건설경기, 집값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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