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사람이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한 자리를 오랫동안 지킨다는 것. 과연 쉬운 일일까. 그것도 무려 10년이란 시간을 말이다. 그 쉽지 않은 일을,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김종민이 그 주인공이다.
김종민은 지난 2007년부터 약 10년간 일요일 오후 안방극장에 출현하며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KBS2 간판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다. 시즌1에서 출발해 시즌3로 이어오고 있는 현재까지. 가장 영위로웠던 순간도, 또 가장 위태로웠던 순간도 모두 묵묵히 이겨내고 겨우 대체 복무를 하는 2년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그 자리 그대로였다.
그런 성실함과 꾸준함 때문이었을까. 김종민은 연예계 데뷔 17년차인 지난해 12월, ‘2016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이제는 톱스타로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의 자리에 올랐다. ‘KBS의 저주’ (KBS에서 대상을 받고 난 후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속설) 따윈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눈코뜰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김종민은 최근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마주했다. ‘대상’이라는 엄청난 영예를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다소 실없지만 즐거운 웃음으로 인사를 전했다.
대상 수상을 예감했냐는 질문에 함박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차태현 형 덕분에 대상을 받은 것 같아요. ‘1박2일’에서 형이 꾸준히 저를 대상 후보로 언급했거든요. 처음엔 예상을 못하다가 형이 계속 언급하니까 어느 순간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정말 후보에 올랐고요. 상상을 못했습니다. 후보가 된 뒤에도 ‘혹시?’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에 대상을 받게 됐습니다. 그래서 얼떨떨했고 당시엔 대상에 대한 기쁨을 느낄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요. (웃음)”
그가 언급한 것처럼 김종민의 대상은 ‘1박2일’에서 김종민 특집 편이 시발점이 됐다는, 많은 이들의 의견이 있었다.
“처음엔 무리수라고 생각했어요. 과연 시청자 분들께서 김종민에 대해 궁금해 하실까 싶었거든요. 워낙 방송에서 저를 다 보여드리기 때문에 궁금한 게 없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김종민 특집을 한다고 했을 때 저 때문에 안될 것 같아서, 처음엔 유일용 PD님께 짜증을 내기도 했죠. 이건 안될거라고. (웃음) 그런데 막상 방송이 나가니 너무 재미있게 잘 된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었죠. 처음엔 무리수라고 생각하긴 했어요.”
김종민은 ‘1박2일’을 통해 별명 하나를 얻었다. 바로 ‘신난 바보’다. 늘 헤벌쭉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다소 모자라고 엉뚱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순박하고 해맑은 모습은 시청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김종민의 매력 중에 하나다. 그러나 억울한 면도 없진 않을 것. 그는 주변에서 ‘바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억울한 점은 없냐는 질문에 화통하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
“자꾸 바보라고 하면 오히려 시청자 분들께서 아니라고 생각해주셔서 더 좋고 신나는 것 같아요.(웃음) 저는 제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요. 실제로 제가 아는 게 많이 없어요. 하하하.”
그러나 역사 분야에서만큼은 매우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그다. 실제로 ‘1박2일’에서 역사 퀴즈를 맞추는 김종민의 모습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역사 부분으로 알게 된 것도 얼마 안됐어요. 최근에 TV에서 역사에 대해 강의를 많이 하는데 그걸 보다보니 기회가 있었고, 그러면서 역사에 호기심이 생겼죠. ‘1박2일’에서 우연히 몇 문제를 맞췄는데 사람들이 ‘많이 안다’고 해주시니까 더 역사에 대해 찾아본 것 같아요.(웃음) 사람들이 칭찬하면 더 하려고 했기 때문이죠. 하하하.”
대상 수상 이후 바빠진 스케줄에 힘들법도 했지만 그는 “언제 바빠질 수 있을지 모르니까 할 수 있을 때 많이 하려고 해요”라며 초긍정 마인드를 보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큰 영광을 안겨준 ‘1박2일’. 김종민은 시즌1부터 ‘1박2일’을 떠나지 않았다. 강호동, 은지원, 이수근, 이승기 등 화려한 출연진들과의 호흡으로 대세 프로그램이었던 순간부터, 폐지설이 나돌 정도로 위기에 몰렸던 기간. 그리고 다시 전성기를 되찾은 지금까지. 유일하게 김종민만이 ‘1박2일’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유일한 산증인이 됐다.
“프로그램이 슬럼프를 겪을 때 오히려 더 애착이 갔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 스스로도 힘들때가 있긴 했죠.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개인적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촬영을 하면서 짜증을 내면 사람들이 웃어주고, 그럼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웃고 있고요. 그래서 제게는 힐링이 되는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복 받은 것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누군가 웃을 때 제 스트레스도 풀리는 걸요.(웃음)”
김종민은 ‘1박2일’ 시작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단다. 그만큼 본인 인생에서는 뜻깊은 프로그램이다. ‘1박2일’을 언제까지 하겠냐는 우문에 그는 “없어질 때까지 하겠습니다”라고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제가 할 수 없을 때까지요, ‘1박2일’이 폐지될때까지 하고 싶어요. 제 의지에 의해서 그만두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하하하. 사실은 그만두면 뭐할까가 제게는 가장 큰 고민이에요. ‘1박2일’에 투자한 시간이 가장 많기 때문에 그만 두면 큰 구멍이 뚫린 느낌일 것 같아서 겁이 나는 게 가장 커요. 그래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걸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그만두게 되면 마음이 허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못 그만두는 것도 있지 않을까요. 재미도 있고 즐거움도 있고 다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대상 수상 당시 김종민은 감사한 사람으로 유재석, 강호동, 차태현을 꼽기도 했다. 자신을 예능에 입문 시켜준 건 유재석이었고, 자신을 지금의 자리로 끌어준 건 강호동. 그리고 대상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준 건 차태현이라고 말이다. 모두 자신의 예능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형들이라며 연신 고마움을 드러냈다.
김종민은 자신은 늘 받쳐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대상이 목표는 아니었다고 했다. 메인 MC만이 대상을 받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메인MC 욕심도 내볼만 한데 그는 여전히 겸손함을 보였다.
“저는 메인MC 역량은 떨어지는 것 같아요. 메인MC들은 좀 큰 그림을 그리고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약간 떨어져요. 그건 제 스스로를 잘 알아요. (웃음) 말하는거나 이런 것들도 그렇고 발음도 안 좋거든요. 하하하. 그렇기 때문에 메인MC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는 것 같아요.”
그의 인기는 바로 여기서 나온다. 많은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스타가 됐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늘 한결같이 겸손하기 때문이다. 자칫 거만해질 수 있는 상황이 왔지만 그래도 자신을 낮춰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자기 관리는 데뷔 18년차인 지금까지도 큰 구설수 없이 이 험한 연예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 아닌 비결일 터.
“제 관리를 잘하는 편은 안에요. 그저 할고 노력할 뿐이죠. 사실 말 실수도 많이 했는데 방송에서 못 나갈 정도의 말 실수니까 편집을 잘 해주시더라고요. (웃음) 물론 말 실수를 해서 시청자 분들에게 욕도 많이 먹어봤고 사과도 해봤는데 상황이 커지지 않았던 게 감사한 일이죠. 구설수 날만한 일들에 대해서는 조심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해요.”
그런 노력이 대상으로 보상 받게 된거고, 김종민의 고민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거다. 상을 받든 안 받든 늘 똑같이 노력했기에, 그 공로가 치하된 거나 다름없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김종민 인생의 최고의 순간을 안겨준 ‘1박2일’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제게는 높은 산 같아요. 빨리 올라갈려면 너무 힘들고, 천천히 올라가더라도 쥐가 날 수 있는 산이요. 그런데 또 산을 오르다보면 어느 순간 내리막길도 만나고 또 오르막길을 만나면 천천히 올라가게 되잖아요. 지금은 평지를 걷는 듯한 느낌이지만 또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을 텐데, 언제나 ‘1박2일’은 제게 큰 산인 것 같아요.”
※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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