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 "강남권에서 요즘 약 3만3000㎡(1만평) 이상 프라임 빌딩은 찾기 어렵습니다." (고신 '엔에이아이프라퍼트리' 대표)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부터 강남역까지 이어지는 약 4㎞ 길이 왕복 10차선 도로인 테헤란로 양쪽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15일 해가 가장 높게 솟은 오후 2시가 되자 빌딩 유리벽이 햇빛에 반사돼 빛을 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삼성동·역삼동을 아우르는 테헤란로는 무역업부터 금융업, 벤처까지 대한민국 상업의 중심지로 손꼽힌다. 1990년대 중반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한 벤처 기업들이 입주한 이후 한국종합무역센터와 유명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지금까지 고층 빌딩과 은행들이 밀집해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이 판교 등 신도시로 떠나면서 늘어났던 강남권 오피스 공실률이 작년부터 점차 떨어지면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작년 초 10%를 웃돌았던 강남권(GBD)의 오피스 공실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엔에이아이프라퍼트리(이하 프라퍼트리)'에 따르면 강남권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11.3% △2분기 11.9% △3분기 8.3% △4분기 7.3%로 점차 떨어졌다.
작년 4분기 강남권역 오피스 공실률을 면적별로 살펴보면 △약 3만3000㎡(1만평) 이상 8% △약 1만6000㎡(5000평) 이상~약 3만3000㎡(1만평) 미만 6% △약 1만㎡(3000평) 이상~약 1만6000㎡(5000평) 미만 8%로 나타났다. 일정 기간 동안 사무실을 공짜로 빌려주는 렌트프리 기간도 △약 3만3000㎡ 이상 4개월 △약 1만6000㎡ 이상~약 3만3000㎡ 미만 3~4개월 △약 1만㎡ 이상~약 1만6000㎡ 미만 2개월로 조사됐다.
이는 작년 강남권에 신규 오피스 공급량이 적었고 신도시로 이전하는 기업도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 대표는 "최근 강남에 오피스 신규 공급량이 적은 편이고, 판교에 있는 오피스도 다 차서 기업 이전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테헤란로 일대 빌딩은 늦은 저녁까지 사무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역삼역 앞에 위치한 지하 6층~지상 23층 규모의 A빌딩에는 한 층을 제외하고 모든 층에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이 빌딩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모두 빈 층은 한 층이고, 나머지 층에서는 8~9개 정도의 사무실이 빈 채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작년 9월 준공된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지하는 이미 의류 및 외식업체로 가득찼다. 이외에도 약 3만3000㎡ 이상의 프라임 빌딩인 '프래티넘타워'와 '골든타워'·'글라스타워' 등도 각각 '베네통코리아', '루이비통', '파렉셀' 등 업체에게 임대를 내줬다.
프라퍼트리 관계자는 "명목 임대료와 실질 임대료의 차이가 커지면서 비강남지역과 대로변 이면에 위치했던 일부 법인이 대로변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루이비통과 베네통은 각각 논현동과 언주로에서 테헤란로로 이동했다.
하지만 아직 예전의 테헤란로 영광을 되찾기에는 멀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동에 위치한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안 좋아져 사무실을 비우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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