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디트로이트) 이소현 기자 = 17일 나란히 신차 출시를 앞둔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과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바다 건너 타국에서부터 묘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김 사장의 신경전은 지난 9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열리는 코보센터 내 캐딜락 전시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김 사장은 GM의 캐딜락 전시장을 찾은 이 부회장에게 다가가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악수를 청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에스칼라(Escala) 콘셉트카가 매끈하게 잘 빠졌다”고 덕담을 건네고, 김 사장도 “K9도 멋지죠”라고 화답했다.
이들은 5분여간 업계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17일 출시하는 기아차의 신형 모닝과 한국GM의 신형 크루즈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이내 미묘하게 흘렀다.
그도 그럴것이 모닝과 크루즈의 출시일은 공교롭게도 겹친다. 기아차는 17일 5년 만에 신형 모닝을 선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한국GM이 9년 만에 신형 크루즈를 출시하는 날이기도 하다. 기아차의 모닝 발표일이 뒤늦게 발표되자 한국GM 고위 임원은 "우리가 먼저 날을 정했는데 이렇게 돼버렸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만남에서 김 사장은 먼저 신형 크루즈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 작은 회사에요. 봐주세요"라고 읍소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정말 몰랐어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같은 대화는 지속됐다. 김 사장은 계속해서 이 부회장에게 "봐달라"고 이야기했고 이 부회장은 계속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몰랐다"고 항변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 수장들의 만남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간 것 자체만으로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 속에는 많은 고민이 배어있다. 기아차 입장에선 신형 모닝의 출시를 통해 지난해 한국GM 스파크에 뺏긴 국내 경차시장 1위 자리를 반드시 탈환해야 한다. 이에 맞선 한국GM은 신형 크루즈를 통해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거둔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어느 누구 하나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양사 모두 올해 첫 신차 출시부터 일정이 겹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기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차급이 서로 다른 만큼 카니발라이제이션(간섭효과)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신차 발표일자가 겹치면 업체들은 소비자 관심이 분산 될 것이라는 우려와 긴장감을 갖고 있다”면서도 “양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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