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피켓 등을 들고 반 전 총장을 향해 항의 시위를 펼쳤다. 다른 한편에서는 반 전 총장의 지지자들이 몰려와 구호를 외치면서 양측의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날 오전 봉하마을은 반 전 총장이 도착하기 이전부터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항의시위를 위해 현수막과 피켓 등 준비하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부 지지자들은 ‘굴욕적인 한·일 합의 환영한 반기문, 할머니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배신자라 않겠다. 잘 왔다 반기문’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반 전 총장 일행의 길을 막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에 반 전 총장 지지자들도 “자랑스럽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맞섰다.
반 전 총장은 소란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묘역에 도착해 헌화 후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사람 사는 사회’를 위해 헌신하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미력이나마 진력하겠습니다. 노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발전을 굽어살펴 주소서!”라고 적었다.
참배 후 반 전 총장은 관저를 방문해 권 여사를 예방했다. 반 전 총장은 “이제 귀국했으니 앞으로 권 여사님을 가까이 모시고 노 전 대통령의 유업도 기리도록 하겠다"며 “노 전 대통령께서 저를 유엔 사무총장으로 진출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권 여사 예방 후 반 전 총장은 “어떤 정권을 잡기 위해 사생결단식으로 정권을 잡겠다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며 “정치하는 분들 모두 마음을 가다듬고 국민의 소리에 경청해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이자 친노 세력의 중심축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반 전 총장 측은 기자들에게 지난 2008년 반 전 총장의 방한 당시 노 전 대통령과의 안부 전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전화에서 반 전 총장이 "봉하마을로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자 노 전 대통령이 "무슨 말씀을요. 제가 오히려 서울 가서 만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의 이같은 행보는 자신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이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배신했다는 일각의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이어 팽목항을 방문하고 세월호 미수습 가족들을 위로하는 등 귀국 일성으로 내뱉은 국민대통합을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