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윤정훈 기자 = ‘트럼프 효과’로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에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자가 ‘메이드 인 미국(Made in USA)’ 우선 정책을 강요한 것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미국 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을 비판하고 이들이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약속했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자유무역협정(FTA)도 파기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선포한 격이다.
◆ 현대·기아차 "앨라배마·조지아 공장 투자"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서 "미국서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기존 생산시설에 대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제네시스 차량 생산을 위한 공장 건설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주에, 기아차는 조지아주에 각각 현지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신공장과 관련, 그는 "미국 시장은 글로벌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인 만큼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신공장 건설은 자동차 수요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는 상관없는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그룹 차원에서 예정돼 있던 것"이라며 "현지 시장 수요와 대내외 환경 등을 고려해 신공장 건설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미국 판매 물량의 65%를 현지 생산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나머지 35%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기아차의 미국 현지 충당 물량 비중은 41%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기존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 투자 등을 늘리기로 했다. 투자는 미국 공장의 시설 투자와 신차, 친환경차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주로 투입될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제2공장 설립 여부도 검토 중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차량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신규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 글로벌 자동차 회사, 美 투자 몰린다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미국 투자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에 대해서 35%의 세금을 매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투자 계획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GM은 미시간주 등에서 일자리 1000개를 창출하거나 유지하는 데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GM은 지난해 기준 멕시코에서 제조한 자동차 40만대를 미국으로 들여와 판매했다.
포드는 멕시코에 16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미국 미시간 공장에 7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미시간과 오하이오 생산시설에 1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도요타도 5년간 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놨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도 앨라배마 공장의 SUV 생산을 확대하는 데 13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혼다는 새 하이브리드카 모델이 내년부터 미국 내 기존 공장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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