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지지율을 떠나 각 진영에서 대표적인 다크호스를 꼽으라면 보수진영에선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진보진영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이름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탄핵정국이라는 유동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돌발악재로 선두 주자들의 낙마 시 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劉 보수를 개혁하는 구심점…줄·푸·세 등 과거 행적 발목
유승민 전 대표의 강점(strength)은 무엇보다 ‘개혁보수’의 이미지다. 그의 이같은 이미지는 크게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2가지 사건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첫 번째는 지난 2015년 이른바 ‘시행령 항명’으로 유 전 대표가 동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정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후 그는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버림받았다.
개혁보수의 이미지는 양날의 검처럼 그에게 약점(weakness)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재벌개혁과 사회적 기본법 등 보수진영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정책들을 들고 나와 이슈가 되기도 하지만 정통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와 모순되는 부분들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와 경쟁을 지향하고 노동유연성 등을 추구하는 보수정당의 기조를 지키면서 자신의 정책을 조화시켜하는 숙제가 그 앞에 놓인 셈이다.
유 전 대표에게 기회(opportunity)는 반 전 총장의 귀국과 함께 펼쳐지고 있다. 새누리당 탈당 후 기존 수구세력과의 연대를 끊고 새로운 세력을 규합하려는 그의 의지대로라면 제3지대 통합의 변화 속에서 그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
반면, 유 전 대표가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대선주자로 자리 잡더라도 한나라당 시절부터 이어온 과거 행적이 그의 발목을 잡을 위협(threat)요소로 꼽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금은 사람들이 유 전 대표의 과거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노무현 정부 초기 참여정부를 좌편향 정권이라며 가장 먼저 공격한 사람이 유 전 대표였다”라며 “2007년 대선에선 줄·푸·세(줄이고 풀고 세우는)정책을 주장하다가 지금 와서 증세를 말하는 부분도 모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줄·푸·세’는 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뜻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모델이다. 이 모델의 기초를 박 대통령 캠프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한 유 전 대표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 安 친노의 충청대망론…문재인의 페이스 메이커 이미지
1965년생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현재 거론되는 대선주자들 중 동갑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함께 가장 젊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며 참여정부와 운명을 함께 한 점도 강점(strength)으로 작용한다. ‘친노의 적자’라 불리면서도 호남에서 인기가 있다는 점이 문 전 대표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4·13 총선 당시 호남에서 국민의당 돌풍이 보여주듯 문 전 대표를 향한 호남의 싸늘한 시선이 여전히 대선에서 위험 요소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 전 총장이 기반을 두고 있는 충청도가 안 지사의 홈그라운드라는 점에서도 야권 주자로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선 도지사로서의 행정 경험도 충청대망론을 뒷받침하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안 지사의 가장 큰 약점(weakness)은 노무현 정부 시절 삼성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받은 전력이다. 당시 안 지사는 2004년 9울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친노 적통을 자처하지만 문 전 대표에 비해 전국적 인지도가 미약하다는 부분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대선에서는 과거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내세운 ‘무상급식’과 같은 간결하면서도 인상 깊은, 자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필요한데 안 지사에게는 아직 특별한 상징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지사에게 기회(opportunity)는 언제든지 열려있다. 일각에서는 안 지사를 문 전대표의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육상경기에서 출전 선수의 우승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뛰는 선수)’로 지칭하지만, 자신은 오히려 문 전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 메이커라고 반박했다.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대선인 만큼 돌발악재로 문 전 대표가 낙마할 경우,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확장성을 가진 후보는 안 지사 밖에 없다는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안 지사에게 위협(threat) 요소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친노 패권주의의 영향이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안 지사를 향한 비수가 돌아올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선을 앞두고 친노 세력에게 타격이 있는 비리사건 등이 터질 경우 친노의 적자인 안 지사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며 “특히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안 지사 입장에서는 2인자 역할만 하다가 본선에 가보지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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