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하드브렉시트 선언과 함께 영국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은행들은 벌써부터 수천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다른 국가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CNN 머니는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7일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는 영국이 EU 멤버의 지위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EU의 단일시장 접근도 포기한다면서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를 선언했다.
이렇게 될 경우 영국에 기반을 둔 은행과 금융 기업들은 27개 EU 국가들 내에서의 자유로운 영업권리가 사라지게 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때문에 하드브렉시트 선언 하루 만에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되는 조짐을 나타나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세계적 은행 HSBC는 런던 직원 중 1000명을 프랑스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은행인 UBS도 런던 직원 5000 중 일부가 일부가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스페인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정치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 그룹의 애널리스트인 무즈타바 라만은 "(하드브렉시트는) 금융산업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며, 엄청난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라면서 "업체들의 이탈은 이제 시작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업체들의 우려를 가장 키우는 것은 하드브렉시트 뒤 사라질 수 있는 'EU 패스포팅' 이다. EU의 한 회원국에서 사업 인가를 얻으면 다른 EU 국가에서도 상품과 서비스를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는 권리인 'EU 패스포팅'은 그동안 금융업체들이 런던에 본부를 두고 전 EU를 상대로 사업을 가능하게 만들있다. 미국의 5대 투자은행과 스위스의 양대 은행을 포함한 국제적 투자은행들의 런던 사업 중 EU패스포팅을 통한 사업은 약 20~25%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EU 패스포팅이 허용되지 않으면 영국 금융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티 지구에서 상당 부분의 금융 거래가 불가능해져 혼란이 빚어질 우려가 높다.
게다가 런던에서 취급되는 금융상품 상당 부분이 유로화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부 산업의 '탈영국'은 불가피하다.
금융서비스는 영국 경제의 대략 1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분야에 고용된 인물들도 220만명에 달한다. 영국에 진출한 외국 은행들은 96개로, 이들의 운용자산은 7조5000억 파운드에 이른다. 이들은 59만명을 직접 고용하면서 연간 500억 파운드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한 바 있다.
은행업의 엑소더스가 이어진다면 영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런던 경제대학교의 금융분야 교수인 존 다니엘슨은 "유럽 금융시장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을 잃는다면 영국의 세금 수익과 서비스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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