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증권사 PF 부실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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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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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정호 기자= 야구에서 너클볼은 공을 거의 회전하지 않도록 던지는 변화구다. 공은 덜 돌수록 공기저항을 더 크게 받는다. 바라보는 타자뿐 아니라 던지는 투수도 공이 어느 쪽으로 갈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런데 너클볼은 타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볼'일 가능성이 높다. '스트라이크'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요즘 증권사 입장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너클볼일 수 있다. 대박을 노리고 너클볼을 던졌지만, 싸늘해진 부동산시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볼넷이 누적돼 베이스가 주자로 꽉 채워졌다. 만루 홈런을 허용할 위기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부동산 규제를 늘리고 있다. 증권사가 안아야 할 위험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미국이 2016년 말 기준금리를 인상한 점도 부동산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사업장이 부실화되기 쉽다. 게다가 미국은 올해 안에 금리를 2~3차례 더 올리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증권업계 우발채무 가운데 채무보증액은 2016년 9월 말 23조2700억원을 기록했다. 채무보증액은 대개 건설사 PF와 연관돼 있다. 이런 우발채무는 2014년 이후에만 4조원 가까이 늘었다. 자본총계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높은 상위 5개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298%)과 IBK투자증권(123%), 교보증권(119%), 하이투자증권(114%), HMC투자증권(88%)이다.

과거 증권사 수익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주식중개 수수료다. 이에 비해 요즘 증권사 수익원은 훨씬 다양해졌다. 증권사 우발채무도 이런 수익원 다각화에 따른 산물이다. 물론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증권사는 바뀌는 시장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대개 우발채무는 구체적으로 공시하지 않는다. 의심이 들지만, 미리 위험을 포착하기는 어렵다." 증권업계 스스로도 재무 건전성을 높이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제도상 허점도 크다는 얘기다. 정부는 먼저 공시 규정부터 강화해 위험을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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