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완 기자 = '트럼프 시대'가 마침내 막을 올렸다. 부동산 재벌 출신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해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이날 정오(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 수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앞 광장 특설무대에서 취임 선서를 한 데 이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제로 취임연설을 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자신이 선거기간 표명했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공식으로 선언하고 워싱턴 기득권 정치세력으로 부터 국민으로의 권력 이양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일자리와 국경과 부(富)와 꿈을 되찾겠다"며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취임 연설 내용은 철저히 미국의 국익 중심에 맞춰져 안보동맹과 자유무역의 두축으로 구축돼온 전후 70년 세계질서의 대대적 변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고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G2 갈등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내적으로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 정권 8년 지우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 행정명령'을 폐기하여 불법이민 단속에 나서는 동시에, 건강보험 '오바마케어'에 대한 대체법안 마련도 추진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취임사에서 "미국은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이상과 새로운 염원을 가슴에 품고 미국을 위한 미국 제일의, 미국 우선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외국 기업들만 배를 불리고 미국 기업들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으며 다른 국가의 군부만 지원하고 정작 미군의 전력은 점점 약화되어 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국가의 모든 공격으로부터, 공격적인 수출로부터 우리의 장벽과 우리의 일자리와 공장을 지켜서 일자리가 없어지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할 것"이며 "무역장벽, 무역보호를 통해서 보다 부강하고 번영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서 "미국은 일자리를 되찾아올 것입니다. 미국 시민은 국경을 다시금 강화할 것입니다. 미국 시민들은 부를 되찾아올 것입니다. 미국은 꿈을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정책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나라와 우정과 선의를 추구할 것"이라며 "그러나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점이 모든 국가의 권리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동맹 관계에 대해 "우리는 오래된 동맹을 강화하고 새로운 동맹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동맹의 개편을 예고했다. 또 "과격한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해 맞서 문명화된 세상이 뭉쳐 지구에서 완전히 박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어 불평만 하는 정치인들은 더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우리는 단순히 이전 정권에서 다음 정권으로,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 아니라 워싱턴의 권력을 국민 여러분에게 돌려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공직 경력이 전무한 '아웃사이더' 대통령으로서 워싱턴 중심의 정치 관행에서 벗어나 국민과 직접 호흡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날 취임식은 90만 명의 관람 인파가 모인 가운데 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정식으로 시작됐다. 취임연설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서 상·하원 의원들과 오찬을 한 뒤 백악관에 이르는 2.7㎞에서 90분간 차량 퍼레이드를 펼친다.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을 돕기 위해 해킹을 통해 미 대선에 개입 했다는 논란으로 민주당 의원 60여 명은 취임식 보이콧을 선언했다. 또 수십만 명의 '반(反) 트럼프' 시위자들이 워싱턴DC로 몰려들면서 백악관과 의사당 주변은 사실상 완전한 통제 상태가 됐다.
일부 트럼프 반대 시위자들은 이날 폭력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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