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다음날인 21일(현지시간) 워싱턴을 비롯한 미국 전역의 도시에서 수십 만 명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反) 트럼프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정부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이 본격 시작됨을 알리는 동시에 미국의 갈등 봉합이 트럼프 정부의 최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위 주최 측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약 50만 명 이상이 이번 여성들의 행진(Women`s March)에 참가했다. 당초 예상했던 20만 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아 근래 시위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될 것이라고 CNN 등 외신들은 전했다.
또한 미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대규모 여성행진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 세계 시민 약 200만 명이 반 트럼프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의 상진인 분홍색 모자를 쓰고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멕시코인, 무슬림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 무시 발언과 버락 오바마의 업적을 무산시키려는 행보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전했다.
수십 만 명의 참가자들은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집회를 시작하여 백악관으로 행진하면서 "여성의 인권도 중요하다" "파시스트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인근 도로도 시위대로 빼곡히 채워졌다. 이들은 “여성은 물러서지 않는다,” “고맙다 트럼프, 당신이 나를 인권 운동가로 만들어줬다” 등을 손수 적은 팻말을 들었다.
행사를 주최한 타미카 말코이 여성행진 집행위원장은 트럼프의 대선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빗대 "여러분 없이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수 없다"고 외쳤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 마이클 필립스(45)는 AFP에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위해 싸워야 한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증오와 편견에 맞서 싸우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이 날 행사에는 유명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팝 디바 마돈나는 연단에 올라 “그들은 우리가 결국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엿 먹어라. 나는 분노한다. 백악관을 폭파시키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라며 욕설이 섞인 거침없는 언사를 쏟아냈다.
아울러 마돈나는 “이번 대선에서는 선(善)이 이기지 못했지만 결국엔 선이 승리할 것이다. 우리의 연대는 강력한 힘이 있다”고 말하며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말로 연설을 끝마쳤다.
마돈나 외에도 이번 시위에는 영화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 코리 부커와 카말라 해리스 등이 참가했고 얼리샤 키스 등 가수들은 축하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트럼프와 대선에서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은 트위터로 “우리의 가치를 위해 일어나 말하고 행진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시위대를 응원했다.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은 핑크색 목줄을 맨 강아지를 데리고 군중 속에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수많은 인파가 모였지만 대체로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워싱턴 외에도 뉴욕,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과 멜버른, 런던, 멕시코시티, 파리 등 세계 곳곳에서도 같은 행사가 진행됐다.
런던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반트럼프 시위에 참가해 “트럼프를 갖다버리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체코 프라하에서도 수백 명이 모여 행진했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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