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계란값이 너무 많이 올랐어 명절이 코 앞인데 이거라도 사가야지 별 수 있나요”(롯데마트를 방문한 소비자 김모씨)
23일 생경한 흰색 계란이 롯데마트 정육코너 한편에 층층이 쌓여 있었다. 수입란을 처음으로 선뵌 롯데마트는 아침부터 계란을 구매하기 위한 손님으로 붐볐다. 사람들은 수입산 계란을 이래저래 살펴보고 이내 한 판씩 들고 갔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자영업자보다 일반고객들이 더 많이 수입란을 구매해 갔다. 마트에서 문을 연지 채 1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란은 10%넘게 소진됐다. 롯데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마트가 위치한 상권에 따라 고객의 구성이 다르다. 계란소비가 많은 분식·외식점포가 몰린 지점에는 업주들의 계란 구매도 많다고 마트 관계자는 설명했다.
반면 국산란은 고객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았다. 가격을 훑어본 손님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30구 묶음으로 판매되는 수입란의 갯수에 부담을 느낀 일부 고객만 국산을 선택했다. 또 몇몇은 수입란의 신선도를 우려하며 국산란을 선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수입란의 검역결과와 대형마트의 유통과정을 신뢰하며 구매의사를 밝혔다. 신선도나 가격과 상관없이 호기심에 수입란을 먹어보고 싶다는 고객들도 예상외로 많았다.
AI파동으로 계란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달 초 급히 미국산 계란의 수입을 결정했다. 수입란은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지만 식약처의 검사를 거쳐 이날부터 판매가 개시됐다.
가격은 당초 특란 30개(한판) 기준으로 8990원이 예고됐지만 어제 8490원으로 500원 내렸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16일 정부가 항공운송비 지원금을 1톤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향한 결과다. 이번에 판매되는 수입란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유통업체의 마진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다.
수입란이 풀리자 계란 가격도 소폭 하락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급등하던 계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20일 9285원으로 19일(9357원)보다 0.8% 하락했다.
청파동에서 계란을 구입하러 마트를 방문한 최모(63세 여자)씨는 "가격은 물론 비싼 편이지만 명절 때문에 전을 부칠려고 계란을 사게 됐다"며 "계란색을 떠나서 먹어보고 별차이 없음 계속 사먹겠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입란에 관해 다양한 우려를 표했지만 이날 매장에서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서울역점의 오후 1시기준으로 100판정도 판매된걸로 파악하고 있다"며 "월요일 오전임에 불구 이정도 판매량이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롯데마트는 설 연휴를 앞두고 일부분이나마 물량해소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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