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보료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해 부과된다. 전 국민 건강보험 초기인 1989년에는 직장가입자에겐 근로소득에다 보험료를 매기고 근로자 본인과 사업자가 절반씩 내게 했다. 소득 파악률이 떨어지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재산·자동차 등에 점수를 매겨 소득을 추정한 후 보험료를 산출했다.
2000년에는 지역가입자를 연간소득 500만원을 기준으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500만원 초과 세대는 종합과세소득·재산·자동차에, 저소득층인 500만원 이하 세대는 생활 수준과 성별·나이·재산·자동차 등으로 평가한 경제활동참가율을 바탕으로 나온 '평가소득' 등을 가지고 점수를 매긴 뒤 보험료를 부과했다.
이 때문에 소득이 거의 없더라도 건보료가 나오는 문제가 발생했다. 2014년 동반 자살로 생을 마감한 '송파 세모녀'가 여기에 해당한다. 송파 세모녀는 실제 소득은 없었지만 지하 단칸방의 보증금 500만원과 월세 50만원이 소득으로 계산돼 매달 5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했다.
개편안은 내년부터 연소득 100만원 이하인 세대에 1만3100원의 '최저보험료'를 부과한다. 성별과 나이에 대한 평가기준은 삭제되고, 재산와 자동차에 물리는 보험료는 순차적으로 줄인다. 자동차는 '15년 미만의 모든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기준을 없애고, 4000만원 이상인 차량만 보험료 기준에 넣는다.
소득 반영도가 커지면서 이자·연금소득이 많으면 직장가입자이더라도 보험료도 올라간다. 그 수익이 일정액 이상이면 피부양자도 지역가입자로 전환한다. 2024년 이번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면 지역가입자의 80%에 해당하는 606만 세대의 건보료가 내려간다. 이에 반해 피부양자 47만 세대와 직장가입자 26만 세대는 부담이 한층 늘어난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번 개편안이 소득중심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정의당은 "지역가입자는 여전히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부담이 남아 있고, 2000만원 이하의 소득을 가진 고소득층에 대한 무임승차도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3단계로 구분한 실행 계획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고통보다는 고소득자 보험료 부담을 지나치게 고려한 대책"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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