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이제 곧 설이다. 제수용품의 구매가 많아지는 시즌이다. 각 유통업체는 매출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다양한 이슈와 관련법으로 역대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실적부진에는 우선 시대의 변화양상이 큰 영향을 끼쳤다. 산업의 고도화를 어느 정도 이룬 대한민국은 저성장 기조에 진입했다. 과거처럼 활발한 투자와 소비를 끌어내긴 쉽지 않은 환경이다. 유통채널의 다각화로 경쟁도 심화됐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치적 이슈와 김영란법 등 사회적 분위기도 유통업체의 실적부진에 영향을 끼쳤다. 청렴사회를 만들자는 열망에서 비롯된 결과이지만 내수부진의 책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통업체들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바로 극심한 이해갈등을 벌이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때문이다.
이 법은 1997년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몇 번의 개정을 거치다가 2012년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를 마련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커졌다. 개정안은 상대적으로 약자이며 소상공인이 많은 시장상권의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일 제한을 두게 했다. 시장상인과 대형마트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유통법 개정안에 관해 어느 쪽의 말을 들어봐도 설득력은 있다.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존중도 중요하고, 형평성있는 기회의 제공도 중요하다. 물론 시장상인이라고 다 약자는 아니며 대형마트라고 모두 강자는 아니다. 시장에서 좌판을 벌이고 나물을 파는 할머니가 사회적 약자일 확률은 높지만 번듯한 점포를 내고 하루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점주가 사회적 약자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대기업의 오너나 간부는 강자에 속할지라도 납품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강자가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구성원은 다양하고 현실은 세분화해서 봐야된다. 지난 일요일 포털의 검색어 순위에 대형마트의 휴무일이 상위로 랭크됐다. 좋은 취지의 유통법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그렇다고 마냥 유통법의 완화만 외치기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또 어떠한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법에 기대에서는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점이다.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고 절충점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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