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려놨던 반도체가 사상 최대이익으로 받쳐줬고, 디스플레이와 가전도 의미 있는 실적을 올리는 등 포트폴리오 전 사업부문이 흑자를 기록, 종합전자업체로서의 강점을 발휘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로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 완벽한 'V자'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에는 차세대 V낸드 플래시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8'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는 한편, 하만 인수를 통해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을 포트폴리오의 새로운 한 축으로 키워낸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4조8600억원과 영업이익 4조9500억원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주도했다. 영업이익 4조9500억원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주력인 메모리 사업 실적이 급성장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는 고용량 48단 V-낸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D램은 고용량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용 제품 공급을 늘려 전 분기보다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강세를 유지할 전망이라 삼성전자는 선도적인 기술력과 한발 앞선 양산 능력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1분기 64단 V-낸드 공급을 시작하고 10나노급 D램 공급을 본격 확대하면서 수익성 중심의 제품 판매에 집중키로 했다. 올 중반부터 경기도 평택공장에서 V-낸드 플래시 양산을 시작하면 낸드플래시 사업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템LSI 사업은 4분기에 중저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수요 견조세와 업계 최초의 10나노 파운드리 공정 개시 등을 통해 전 분기 수준의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반도체와 함께 DS(부품)사업부에 속해 있는 디스플레이(DP)도 매출 7조4200억원, 영업이익 1조3400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고객 다변화를 통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판매가 늘었고, UHD(초고화질) 중심의 고부가 TV 패널 판매가 증가하면서 LCD 분야도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모바일·가전 “고객 밀착형 마케팅 주효”
전자·IT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의 진정한 힘으로 기술력과 그 기술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마케팅 능력을 꼽는다. 스마트폰이 포함된 IM(IT·모바일)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이러한 마케팅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하반기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노트7이 단종 됐지만 갤럭시 노트7에 적용했던 컬러를 갤럭시S7·S7 엣지에 도입, 시들해진 고객의 눈을 다시 돌리는 한편, 갤럭시 노트7의 기술을 적용한 중저가 모델들을 발빠르게 출시했다. 이를 통해 매출 23조6100억원,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의 영업이익 2조2300억원을 추월했다.
TV와 생활가전 제품이 속한 CE(소비자가전) 부문은 매출 13조64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에 그치며 전년 4분기(8200억원) 실적에 못 미쳤다. 하지만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고객들의 주머니가 얇아진 가운데에서도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분기는 쉼표···‘갤럭시S8’ 2분기 이후 출시할 듯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는 대대적인 신제품 투입 대신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시황이 상승세인 반도체 부문에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중저가 라인의 스마트폰으로 경쟁사에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차기작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8’도 1분기에는 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갤럭시 노트7의 실패 뒤 내놓는 첫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안전성 검증에 좀 더 시간을 들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사업외적 요인도 삼성전자 경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장기적 차원에서 봤을 때 글로벌 정세 변화나 사업구조 재편 등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최고경영진의 활동이 중요한데, 이런 것들이 제한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결국 1분기에는 비수기라는 시장 상황과 국내외 정치적 격변 등이 얽혀 실적은 전분기에 비해 하락할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건에 대해 “미국 현지 주주들의 움직임 등을 봐야겠지만 우리 입장(올 3분기 내 완료)은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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