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뭘 할 수 있겠나" “권력으로 나라를 끌고가고 싶지 않았다. 명분과 가치로 해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대선자금 문제와 측근 비리 등으로 명분도 가치도 다 사라져 버렸다. 이제 무엇으로 대통령을 하겠나? 헌재가 탄핵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한다한들, 그래서 직무에 복귀한들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수단을 잃어버렸는데...”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승리하고 난 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김병준 국민대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관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한 말이라며, 자신의 저서 ‘대통령 권력’(지식중심, 2017) 첫 머리에 ‘우울한 대통령’의 제하에서 이 일화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표현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탄핵을 당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교수는 총선 승리로 인해 국민의 재신임을 얻어 직무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이같은 노 전 대통령의 고뇌를 생생하게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로부터 탄핵을 당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와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구태여 비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김 교수가 전한 노 전 대통령의 고뇌를 만나고서 ‘대통령의 자리’를 다시금 생각한다.
김 교수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권력은 잿빛이다. 경영권, 행정권, 가부장권 등 크게 보면 세상의 모든 힘이 그렇다. 겉으로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속살은 잿빛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쫒지만 정작 그 잿빛의 무거움을 보지 못한다"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이어 "권력과 힘은 손잡이 없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쥐는 순간 손을 베이기도 하고, 이리저리 휘두르다 보면 어느새 그 칼은 내 몸속에 들어와 있다. 많은 이들이 그 칼을 탐내지만, 그 양날의 예리함을 알지 못한다"고 권력의 양면성을 경계했다.
'권력의 힘과 이면을 말하려는' 이 책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출마 선언으로 바쁜 대선 주자들이 시간을 쪼개 한번쯤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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