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트럼프 블랙홀에 갇힌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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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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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소현 기자]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트럼프 때문에 걱정이 크다.”

'2017 디트로이트 모터쇼' 현장에서 이형근 기아동차차 부회장이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에게 건낸 얘기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도 맡고 있는 제임스 김 사장은 “트럼프가 한국에 오면 암참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이었다. 하지만 대선 기간 내내 미국 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에 날을 세우고,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었다. 이로인해 디트로이트 모터쇼 현장은 신차보다 트럼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이 부회장은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 운영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거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가 멕시코에 공장이 있다. 기아차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지금으로서는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이 부회장은 트럼프 이슈와 관련된 취재진의 잇단 질문에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이 이번 모터쇼에서 캠리 신차를 공개하면서 향후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12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다른 자동차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눈치 보기에 나선 상태였다.

특히 미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이 가시화하면서 기아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아차는 미국시장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 가량을 멕시코 공장에 투자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한 멕시코 공장은 제대로 된 성과를 보이기도 전에 생산 축소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성장 촉매제가 될 줄 알았던 멕시코 공장이 트럼프 이슈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될 조짐마저 보인다.

이는 단순히 기아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품질경영을 기본으로 제품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기도 바쁜데 국내서는 국정농단, 국외서는 트럼프 이슈 등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블랙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재계의 외로운 싸움에 국회와 정부의 격려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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