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정유년 새해, 다시 공무원정신을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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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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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경제부장]

공무원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정권말 레임덕에 따른 복지부동의 문제가 아니다. 또 정권초마다 군기잡기에 나서는 집권세력의 질타에 따른 사기문제도 아니다. 때만되면 나오는 ‘철밥통’이라는 따가운 시선때문만도 아니다.

허탈감이다. '최순실'이라는 일반인이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하는 상황에 대한 상실감이다. 공무원 사회 곳곳에서 “내가 이럴려고 공무원 했나”라는 자괴감 섞인 한숨이 나온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블랙리스트 등의 폭풍에 휩싸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존립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대선 국면에 돌입한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정부조직 개편설이 흘러나온다. 제1당인 민주당에서는 이미 경제부처 개편안을 발표했다. 여권내부에서도 변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져 차기 정부에선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 교체기마다 일터를 고민해야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격’이다. 압축성장시대인 1960∽70년대 공무원정신 하나로 산업화를 이끌던 자부심은 산산조각 난지 오래다.

공무원이란 무엇인가? 정부수립과 함께 등장한 공무원은 사전적으로 ‘국민의 공복’이다. 진정한 공무원정신은 국민에 대한 봉사와 헌신, 무한책임이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서 공무원은 군주국가시대의 관리와 등치돼 왔다. 군주(대통령)에 대한 복종과 충성만이 절대선이었다.

이를 잘 아는 정치권은 집권때마다 공무원 조직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섰다. 때로는 공무원 조직을 범죄조직시하며 자기사람 심기에 혈안이 돼 왔다. 기존 정부에서 핵심적으로 추진하던 정책도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모두 폐기됐다.

여기에는 공무원의 복무 의무도 한몫했다. 공무원 복무 의무 두 번째는 복종의 의무다.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소속 상관의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관의 명령이 공무원의 다른 행동규범과 상충될 경우, 갈등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위법 또는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한 보호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반대한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과 청와대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좌천된 노태강 전 문화부 체육국장의 사례가 그렇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공무원사회의 모순이 집약된 정권이다. 박근혜 정부의 시대정신은 과거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한 것이다.

‘압축성장시대’에 이런 식의 사고가 일부 성과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고도화되는 지금의 시대정신은 국민의 공복으로서 본연의 공무원 정신을 요구한다.

정조 이산의 사상과 철학을 담은 어록에는 시대를 수백년 앞서 오늘을 예언한 듯한 문구가 나와 있다.

“옛날에는 사관이 붓과 종이를 들고 임금의 좌우를 떠나지 않았다. 무릇 시사(時事)의 득실과 인물의 현명함과 간사함을 심도있게 다루고 반복해 기록했으며, 임금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도 더욱 상세히 기록해 숨기는 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훌륭한 사관은 경계하고 군주는 두려워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기록되고 공개되니, 임금과 신하는 서로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사회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공무원사회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도 결코 옳지 않다.  

공무원조직은 국가의 근간이다. 이들이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공복'이라는 시대정신으로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조 이산은 말한다. "옛 선비들은 '극기(克己)'를, 극복하기 어려운 치우친 성품을 극복해 가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 말을 깊이 음미하고 언제나 생각이 처음 싹틀 때 혹시 하나라도 편벽된 생각이 있으면 맹렬히 성찰해 엄중하게 단속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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