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소비자중심경영’을 표방해온 쿠첸이 최근 원인모를 밥솥 화재로 피해를 본 소비자와 합의를 하면서 '언론사와 접촉 금지' 등 사고를 서둘러 덮기 위한 문구를 넣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쿠첸은 지난 24일 최근 자사의 전기밥솥으로 인해 화재 피해를 본 김모 씨와 보상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
쿠첸 관계자는 “김씨와 합의를 했으며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논란의 발단이 된 것은 합의서 내용이다. 쿠첸측은 김씨에게 ‘위로금 200만원과 전기밥솥 교체’를 제공하는 대신 향후 피해 사실에 대한 '인터넷 게시와 방송사 취재협조 금지, 민형사상 고소.고발를 하지 않겠다'는 등의 문구를 넣었다. 쿠첸 측의 이번 합의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보다는 사태를 서둘러 무마하려는 데 더 무게를 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쿠첸측은 소방과학연구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원인을 적극 규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 등의 문구는 제외했다.
이에 대해 쿠첸 관계자는 “아직 사고 원인 분석을 어떠한 방식으로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관련, 앞서 발생한 쿠첸의 제품 결함 사고처럼 이번 사건 역시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체 흐지부지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3년 11월 쿠첸은 자사의 전기밥솥(모델명 WHA-VF1077G) 뚜껑 내부에서 금속가루가 떨어지는 등의 결함이 발견돼 같은 제품 3만3000여대에 대해 리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쿠첸의 다른 전기밥솥(CJH-BT0602IC)에서도 같은 증상이 발생하며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에 대한 의심을 사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피해자가 피로감을 느껴 합의에 나선 것으로 추측된다”며 “소비자로서는 어쩔수없는 선택일 수 있겠지만 사고 발생 제품의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쿠첸측의 사고 대응방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까닭은 또 있다.
쿠첸측은 지난해 12월 21일 김씨의 전기밥솥 화재가 난 이후 한 달 넘게 자사의 '사고 매뉴얼'을 강조하며 50만원의 위로금만 지급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 방송사가 김씨에게 전기밥솥 화재 관련 인터뷰를 신청하자 쿠첸은 돌연 피해보상금을 200만원으로 올리며 부랴부랴 합의에 나섰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쿠첸측은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정확한 해명하는 것이 향후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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