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촛불집회와 공연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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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8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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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집회는 거대한 공연장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꽤 긴 시간동안 공연과 상관없이 살았다. 공연을 보지 않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공연을 볼 마음을 내지 않은 이유를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공연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일상에서 지장을 받는 일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연을 보지 않은 것이 단순한 이유다.

공연은 뮤지컬을 비롯해 연극, 클래식,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말하고, 무대라는 창(窓)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행위다. 공연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이다.

주변의 동료들이 최근 열심히 티켓 전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도 예약 전쟁에 뛰어들지 못한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갔다.

지난 3개월 동안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촛불집회에 참석했고, 연말과 연초라 저녁 약속이 많은 일정도 공연보기를 쉽게 허락하지 않은 요인이었다. 어찌됐든 애써 공연장을 찾아 나선 기억은 멀다. 촛불집회 시작이후에는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일정 때문에 공연장을 찾지 않았다는 것은 공연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감동을 멀리한 것이고, 다른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창을 닫은 것과 다름없다.

보통 나이가 들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귀찮아 진다고 하는 ‘귀찮이즘’에 빠져든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열정’이 사그라졌던 것이다. 즉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옅어진 것이다. 공연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는 표현도 적절할 것이다.

설 연휴 첫날, 오랜만에 공연 예매사이트를 서핑하다 한꺼번에 3편의 공연을 예약하며 잊었던 공연보기에 대한 열정을 불러냈다. 애정 복구를 시도한 것은 설 연휴가 주는 여유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시 곰곰히 생각하니 지금 전개되고 있는 현실이 훨씬 공연보다 드라마틱해 공연보기를 잠시 내려놓은 것 같다. 

매주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그 어느 공연보다 내게 많은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공연장이 아닌 광장에서 수많은 감동이 있는 공연을 일상으로 접하다보니, 공연보기를 잊어버리고 산 것이다.

공연 예매사이트에서 발견한 사실은 평소 보고 싶었던 대부분의 공연이 매진된 것이다. 촛불집회가 없는 날에 사람들은 광장 대신 공연장을 찾은 것이다.

촛불집회는 그야말로 많은 시민들의 공연장이었고, 매주 찾은 내게 있어서도 가장 멋진 공연이었던 것이다. 새로운 공연은 설이 지난 이후 2월 4일 다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준비된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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