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인력 구조조정을 놓고 노사간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조선산업이 올해는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문을 닫는 협력사 직원들까지 반발에 가세해 갈등 구조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협의를 통해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는 지난해 직영 인력(본사 소속) 6713명을 감축한 데 이어 올해는 1만4000명을 추가 줄인다는 목표다. 지난해 말 기준 빅3의 본사 임직원 수가 4만6200여명이었으니 약 3분의 1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인력 감축 계획은 여전히 평행선을 걷고 있는 노조와의 갈등을 더욱 더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빅3는 설 연휴 전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을 시도했으나 좌절됐고, 상황을 개선시키지도 못한 상태다.
여기에 조선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사내 협력업체들의 퇴출에 따른 후유증이다. 정확한 통계가 드러나지 않는 협력업체들의 퇴출이 올 들어 본격화 될 전망이라 노사간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드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조선사별 협력업체 및 임직원 수는 △현대중공업이 250여개사, 2만7000여명 △대우조선해양이 140여개사, 2만8000여명 △삼성중공업은 150여개사, 2만8000여명으로, 3사에 속한 협력사 직원 수는 8만3000여명에 이른다.
협력업체들은 원청업체인 조선사들로부터 일감을 수주해 조선소에서 철판 자르는 것부터 시작해 블록 제작, 탑재, 시운전까지 선박 건조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경우 협력업체들의 건조 비중이 85% 정도 되며, 다른 조선소들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조선사들의 수주가 줄면서 협력업체에 배분될 작업 물량이 급감했고, 그나마 일감도 본사 인력들이 직접 챙기고 있어, 상당수의 협력사들이 퇴출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줄어들 물량을 따내는 것도 어려워진데다가 물량을 받아도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 정도라 수지를 맞추기 쉽지 않다. 원청업체 사정이 어렵다 보니 의견을 낼 수도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융통하려고 해도 조선업체가 ‘부도산업’으로 낙인찍혀 신규 대출은커녕 만기도 안된 대출도 조기 상환을 요구 받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미 상당수의 협력업체들이 조업 물량이 없이 직원들을 내보내고 폐업했으며, 폐업한 협력업체들의 상당수가 직원들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설 연휴 전에도 자금여력이 원활치 못한 협력업체 직원들은 돈을 받지 못한 채 우울한 연휴를 보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돈을 받지 못한 직원들이 사측에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로서는 방법이 없다”면서 “원청업체의 구조조정 시기에 맞춰 문을 닫아야 할 상황까지 몰렸는데, 생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조선사들도 협력업체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빅3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협력업체 자체 내에서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지고 있으나 사측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서면, 협력업체 직원들의 불만은 원청업체로 향할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협력업체 직원들이 모여 원청업체를 대상으로 임금 지급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본사 노조 조합원들과 합류할 경우 노사간 충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협력업체들의 불만이 표면화 될 시기는 하투가 본격화 되는 6월 경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빅3 관계자는 “상반기 내에 수주활동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하반기부터 조업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이 시기에 협력업체들의 대대적인 퇴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폐쇄가 예정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4000여명의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 데 그 이상의 협력업체 직원들도 실업자가 될 것이다. 여기에 울산광역시와 거제시에서도 협력업체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대규모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나 대책에는 협력업체들을 위한 방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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