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심 산업구조 개편, 보호무역주의 시대 대응방안, 수출 품목 다변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되는 상황이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1990년대 황금기를 지난 한국경제가 여전히 황금기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정부 주도적인 경제정책보다는 시장이 스스로 성장하는 자양분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정부는 시장개입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매년 비슷한 정책을 남발하는 정부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쓴 소리도 나왔다.
◆어설픈 ‘자본주의’에 매몰된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지난 30년간 눈부신 성장을 했다. 선진국 기준으로 불리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근접한 것은 그만큼 정부와 기업이 앞만 보고 열심히 뛰었다는 증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심장이 동력을 잃고 있다. 수출 현장을 주도했던 제조업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수 활력도 덩달아 식어버렸다.
정부는 이런 긴박한 상황에도 30년된 낡은 경제 시스템을 고집한다. 어려울 때는 재계에 매달려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고 애원한다.
정부가 혁신하지 못하는 사이 재계도 정부 눈치만 보는 시스템에 물들었다. 겉으로는 자본주의 사회, 시장경제 중심의 한국경제가 틀을 잡았는데, 정부와 재계는 여전히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일각에서는 한국경제가 위기에 내몰릴 때 정부는 미국이나 유럽 등 경제선진국의 진단과 처방전을 그대로 따라하는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경제가 다른 선진국과 구조적인 문제와 특성이 다른데도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자본주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변화하고 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경제시스템에서 소득격차 문제 등이 발생했는데, 한국경제는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글로벌 경제시스템을 놓쳐버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성락 동양미래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인가’에서 지금의 한국경제가 엄청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한국경제에서 가장 대표적인 문제로 꼽히는 것은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 그리고 소득격차 심화”라며 “한국에서는 재벌그룹이 형성돼 경제가 지나치게 기형화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경제는 재벌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재벌 때문에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 국가경제 왜곡도 일어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에서 나타나는 소득경제 문제의 주된 이유는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됐기 때문이 아니다. 비정규직, 계약직 등 새로운 노동자층이 생기며 이들의 임금 수준이 떨어진 게 더 큰 문제”라며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극화에 신음하는 한국경제…기존 시스템의 한계
한국경제에서 양극화 문제는 최근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에 양극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다. 정부가 각종 경제정책으로 양극화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대기업 정규직은 노조의 강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지만,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임금 수준이 낮고 복지혜택도 많지 않다.
여기에 경기침체 장기화는 양극화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경기 부진에 중견 기업들은 더 처지게 됐고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중견 기업에 다니던 중산층도 빈곤층으로 추락하며 소득격차는 더 벌여졌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중산층의 안정적인 소비가 있어야 내수 기업이 육성될 수 있다”며 “중산층이 없으면 소비가 불안정해져 기업 투자가 줄고 고용도 감소해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뀐 시대에 맞는 경제활성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가 살아나야 소득 등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 부문장은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개혁, 규제완화 같은 제도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세제지원과 사회복지 등 가난한 개인에게 충분한 혜택을 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만병통치약이 있다는 접근방식을 버리고 실현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제시하고, 실천하는 점진주의가 필요하다”며 “공정한 시장질서를 마련해 1차 배분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사회안전망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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