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최동규 특허청장은 기존 정부 업무계획 보고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행해 시작은 신선했다. 통상적으로 기관장이 준비된 자료집을 읽어나가는 수준이 아닌 자신의 소신과 의견을 가감 없이 밝힌 것.
실제 최 청장은 이날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내가 할 말을 남들이 써오는 것이다. 사무관 때도 국장 때도 그랬다. 내가 발표할 것을 남들이 써오는 것은 제 생각이 아니다. 그분들 또한 싫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질의응답 때의 최 청장의 설명은 당혹스러웠다. 우선 중소기업 특허 등록률이 취약한 것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최 청장의 답은 "중소기업의 특허 등록을 무차별하게 쉽게 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아이디어가 무효로 되지 않도록 지도를 통해 대기업과 맞붙어 이길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특허청이 사전에 배포한 자료의 첫 페이지에 적힌 '소통과 협력으로 신뢰받는 심사·심판 서비스를 제공'과 '지식재산 보호를 강화해 기업 혁신을 지원한다'는 문구가 갑자기 우스워 보였다.
더구나 특허청 올해 목표에 대한 질문에 최 청장은 "평가가 나빠지는 한이 있어도 무리한 목표를 잡지 않는다. 쉬운 목표를 달성해도 말이 많고 어려운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땐 뒷말까지 무성하다. 제 스타일이 아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목표 없이 발표한 대책이 얼마나 신뢰감을 줄 수 있을까. 최 청장이 신년사를 통해 "우리 중소·중견 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대기업을 이기기는커녕 피해 가는 법부터 지도하겠다니 정확한 현상을 직시하는 자세가 더 필요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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