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홈쇼핑 3조 시대-하] "시간당 효율 낮으니 새벽 3시에 방송하세요"... 상생 이면에 여전한 홈쇼핑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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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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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홈쇼핑 '갑질'에 정부는 생색만

  • '나르시시즘' 빠진 中企홈쇼핑... 중기 판로 확대는 뒷전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정부가 중소기업 '상생'을 내걸고 대기업 홈쇼핑과 맺은 거래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이른바 대기업의 '갑질'을 당하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 간의 협약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을 TV홈쇼핑으로 판매는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중소기업 제품을 새벽 시간대에만 배치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홈쇼핑 및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A업체는 정부의 '중소기업제품 홈쇼핑 판매지원'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 CJ오쇼핑의 지원을 받아 상품을 판매했으나, 제품 방영은 새벽 시간대에만 배치됐다.

A업체 관계자는 "CJ오쇼핑을 통해 평일과 주말에 새벽 5시 편성으로 방송이 진행됐다. 하지만 CJ오쇼핑 측에서 중소기업 신상품 위주의 방송 송출로 시간당 효율이 높지 않다며 새벽 2~3시 시간대로 변경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제품 홈쇼핑 판매지원'은 중소기업청과 동반성장위원회, 대기업 홈쇼핑 4개사(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CJ오쇼핑, GS홈쇼핑)가 협약을 맺고 수수료 없이 TV홈쇼핑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각 홈쇼핑사는 방송되는 해당 중소기업의 방송에 따른 제반 비용을 부담하며, 수수료 없이 판매를 돕는 관계로 판매수익금의 전액이 중소기업에 돌아가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홈쇼핑사와 중소기업의 협력이 '기업 간 동반성장에 있어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 자신했으나 유명무실 상태다.

B업체의 경우 그나마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요청 등으로 중소기업 상생 방송에서 시간이 새벽 5시대로 변경돼 판매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중기청 산하 중소기업진흥공단이 100% 출자해 설립한 기관이다.

B업체 관계자는 "이왕에 중소기업 상품을 지원해 방송한다면, 송출 시간을 많은 소비자가 볼 수 있는 시간대에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30분 방송이 아닌 정규 방송처럼 1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홈쇼핑사들이 중소기업과의 상생하려는 듯 보였지만, 아직도 '갑질' 퇴치는 요원해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중소기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렵다. 중소기업이 경제 성장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을 마련한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들마저도 점차 대기업 홈쇼핑처럼 변질, 중소기업 판로보다는 매출(취급액 기준) 확대에 골몰하는 모양새라 홈쇼핑업계에서 중소기업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대표적으로 홈앤쇼핑이 프라임 시간대에 수익을 고려해 대기업 및 외국 브랜드 편성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많다"며 "피땀 흘려 개발한 제품을 판매할 장이 있었으면 한다. 대기업 홈쇼핑보다는 홈앤쇼핑 등이 설립취지에 맞게 판매의 장을 만들어줬으면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홈앤쇼핑의 경우 2013년부터 2016년 8월까지 방송된 대기업 제품 가운데 59.3%를 프라임 방송시간대(오후 7∼11시)에 편성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제품이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된 비율은 16%에 그쳤다.

천규승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경제학 박사)은 "홈앤쇼핑이 프라임 방송시간대에 다른 제품을 판다면 소비자 선택권을 뺏는 셈이다"며 "특히 중소기업 제품을 인증해 판매해야 할 홈앤쇼핑이 대기업 제품 비중이 높다면 소비자에게 밝힌 취지와 다른 제품을 파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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