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원희룡 제주지사의 대선 불출마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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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3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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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주자 정책경쟁 오디션 프로그램 열자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원희룡 제주지사가 31일 대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동안 대권 잠룡으로 불렸던 원 지사의 대선 레이스 포기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이어 여권 진영에서는 두 번째다. 야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원 지사는 이날 불출마 선언의 주된 이유로 제주도정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도정과 대선 출마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 여건상 많은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의 이러한 불출마의 변(辯)에 대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크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인해 벚꽃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대선 판도는 예측하기 힘든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예측하기 힘든 것은 정확한 대선 시기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일자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 이날 퇴임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3월13일까지 심판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의 임기일이 3월13일인데, 이정미 대행마저 퇴임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대통령 탄핵 심판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헌재가 탄핵심판 심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통령 대리인단의 지연꼼수 때문에 정확한 심판 일자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선 주자들은 대선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내재적 모순을 안고 출발했다. 즉 언제 치러질지 모른 대선을 위해 무작정 준비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원희룡 지사처럼 도정 현안이 많은 경우에는 고민이 컸을 것이다.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충남지사나 남경필 경기지사 역시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도지사에 비해 비교적 나은 편일까?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일 것이다.

유력한 대선주자로서 착실하게 대선 레이스를 펼쳐오다, 그 레이스의 종착점을 알지 못하는 불투명한 상황이 대선 주자들의 포기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대선은 한바탕의 판이 벌어져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이고 이에 대한 국민의 검증과 심판을 받는 자리다. 그래서 정치신인들의 등용문(登龍門)으로도 활용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대선 시계는 그런 기회를 막고 있다. 새로운 정치신인의 등장은 촉박한 대선기간 때문에 애초부터 막혀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각종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1강 다약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대선 판도는 대세론 VS 반문연대 혹은 빅텐트론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세론의 한복판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리하고 있고, 반문연대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시장이 대표적이다. 빅텐트론 진영의 경우 스펙트럼이 다양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지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운찬 전 총리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판도 분석은 현상적일 뿐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사람 중심이 아닌 정책이나 신념 지향적인 선거가 되지 않을 경우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각 후보마다 현실의 잘못된 정치를 바꾸는 정치개혁안을 비롯한 정책을 제시하고 그 정책의 현실성 등에 대한 상호 검증을 통한 치열한 경쟁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대선 공약들은 잘못된 정치에 대한 진단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즉 국민을 감동시킬만한 공약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어디서 본 듯한 정책, 실현성은 고사하고, 현실성조차 없는 정책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책경쟁에 대한 ‘대선 주자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도 개발해야 할 것 같다.

지난달 초 JTBC의 대선주자 토론회는 그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지상파나 종편 방송은 대선 주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주제별로 토론하고 검증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면 좋겠다. 오디션 형식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물론 심사는 국민들의 문자나 SNS 투표를 활용하면 될 것이다. 

이런 활발한 정책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원희룡 지사는 발군의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 1971년의 제7대 대통령 선거 때 YS와 DJ의 40대 기수론에 이은 이번 대선에서의 50대 기수론을 기대하는 마음이 꺾였다. 원 지사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헌재는 다른 대권 잠룡들이 남은 대선 레이스에 지치기 전에 탄핵 심판을 서둘러야 한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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