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행복주택 공급 확대와 전세대출 금리 추가 우대. 최근 정부가 신혼부부 주거안정을 위해 꺼내든 대표적인 두 카드다. 고용과 주거 불안정에 따른 미혼인구 증가가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에서 나온 대책이다.
주거안정 정책을 기존 청년층이라는 큰 틀에서 신혼부부로 좁혀가는 것은 박수 받을만한 일이다. 최근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보임 따라 고용 불안정 문제가 대두되며, 그간 신혼부부보다 취업준비생이나 사회초년생 등에게 청년층 주거안정 정책 초점이 맞춰졌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타깃 대상인 대다수의 신혼부부들은 반기기는커녕 속이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빠듯한 벌이에 간신히 짝을 만나 결혼 결심을 했으나, 치열한 경쟁률과 낮은 소득 기준선으로 수혜자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신혼부부 특화단지인 서울 오류동 행복주택은 최근 실시한 입주자 모집에서 평균 17.9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전용면적 36㎡ 타입은 6.1대 1로 비교적 경쟁률이 낮았으나, 전용 44㎡ 타입은 23.5대 1까지 치솟았다. 신혼부부가 거주하기에 다소 공간이 협소하다는 평이 많은 전용 36㎡ 대비 전용 44㎡로 신혼부부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오류동 행복주택 입지가 서울 외곽인 데다, 주변에 기피시설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예상보다 행복주택에 대한 신혼부부의 호응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행복주택 입주로 주거비 절감을 꿈꿨던 예비 신혼부부 대다수가 일반 전셋집을 다시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말부터 적용된 신혼부부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이자 우대 혜택(0.2%포인트)도 대다수 신혼부부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맞벌이 신혼가구의 경우, 연소득 합계 6000만원이 넘으면 버팀목 전세대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1인당 세전소득 3000만원 수준이어서 "대체 얼마나 소득이 낮아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냐"라는 불만이 신혼가구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혼가구 정책만이라도 보다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저소득 신혼가구를 대상으로 한 지원만으로는 결혼과 출산 유도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통계상으로도 연소득 5000만원 미만 맞벌이 신혼가구보다 그 이상 버는 신혼가구가 세 배 가량 많다.
정부가 올해부터 오는 2019년까지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1인당 5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한 정책이 좋은 예다. 혼인세액공제는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 소득금액 5500만원 이하 종합소득자를 대상으로 한다. 임금근로자 90% 이상이 수혜 대상자로 분류돼 사실상 신혼가구 대부분이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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