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다문화 학생들의 윷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우리도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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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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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한국 전통문화 체험 행사를 하고있다. /사진=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너무 맛있어요! (가래)떡도 먹고 다 먹으면 귤도 하나 더 까먹을 거예요!" 아이들은 신이 나 음식을 이것저것 양손에 쥐고 먹는다.

서울특별시 은평구 연서로에 있는 '나눔의 둥지' 공부방에서는 설날을 맞이해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 전통문화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21일 토요일 오후. 지겹도록 뿌려대는 눈을 뚫고, 볼이 발갛게 상기된 아이들이 하나둘씩 공부방에 도착했다.

몇몇은 사전에 받은 공지대로 한복 차림이었지만, 한복이 없는 학생들은 단정한 평상복 차림이었다. 한복을 챙겨와 허겁지겁 갈아입는 아이들도 있었다. 평소 학습지원대상 학생과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로 붐볐던 공부방은 이날 아이들에게 좋은 전통문화 체험마당이 돼 줬다.

이번 행사는 자원봉사 선생님과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놀이로 체험해,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 진행된 것이라고 '나눔의 둥지'측은 전했다.

이날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로, 미취학 아동들부터 초등학교 3학년 학생까지 참가 연령이 다양했다.

행사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세배부터 시작했다.

우선 부모님들이 기관 회장님과 국장님께 세배하며 인사를 나눴고, 그다음은 아이들 차례였다.

아이들은 공부방에서 연세가 많은 선생님께도 차분하게 세배를 올리는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세배 후 장난감, 간식거리 등 다양한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맑은 눈으로 어른들의 새해 덕담에 귀를 기울였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한국 전통문화 체험행사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다음 순서로는 윷놀이 단체전이 펼쳐졌다. 한국의 전통 놀이를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을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윷놀이란 다소 생소한 놀잇거리였다.

하지만 윷놀이의 규칙과 유래에 관해 선생님의 설명을 귀담아 아이들은 서로 목청을 높여 자기편에게 윷을 잘 던지라고 응원하는 등 열과 성을 다하여 놀이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나 지금이나 편을 가려 하는 놀이는 경쟁심을 유발했다.

[이미지 제공=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윷놀이가 끝난 후 잔뜩 목이 쉰 아이들은 매트를 치우고 넓어진 공부방에서 제기차기를 즐겼다.

청팀과 홍팀으로 나눈 제기차기는 대부분 아이들은 처음 접해 본 놀이인지라 대게 재기를 한두 개 차는 데서 그쳤다 .

하지만 아이들 모두 끝까지 점수를 따내기 위해 땀 흘리는 것을 마다치 않고 열심히 뛰었다. 우승한 팀에게 재기가 부상으로 주어졌고, 아이들은 다시 한번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음으로는 팽이치기 행사가 이어졌다. 팽이치기야말로 이번 행사의 꽃이었다. 팽이치기는 과거에 주로 남자아이들의 놀잇거리로 많이 이용됐지만, 역시 팽이치기를 거의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은 남녀 상관없이 힘이 좋고 요령이 좋을수록 더욱 쉽게 팽이를 돌렸다.

익숙하지 않은 놀이에 대한 어색함 탓에 뜻대로 팽이가 돌아가지 않자 속상함에 눈물을 보이거나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는 능숙히 팽이를 돌리는 주위 누나와 친구의 도움으로 해결됐다. 또한, 팽이치기에 경험이 있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조금씩 우리 문화에 대해 배워갔다.

열심히 응원하며 소리를 지르고, 제기를 차고, 또 팽이를 돌리던 아이들은 2시간이 지나자 체력이 고갈됐는지 다소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땀을 흘려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고, 뛰노느라 옷매무새가 흐트러졌던 아이들은 간식 시간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모두 들떠 환호했다.

이날 공부방 전통문화 체험행사 간식은 가래떡과 감귤이었다. 부모님의 국적과 관계없이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 아이들이기에 가래떡과 같은 우리 음식은 흔히 접해봤겠지만, 전통 체험 중에 먹는 떡이라 더 맛이 좋은 듯했다.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커다랗고 길쭉한 가래떡을 떼 설탕에 푹 찍은 후, 입으로 가져가기 바빴다. 순식간에 감귤 껍질을 까 옆에 앉은 친구와 나눠 먹는 모습도 보였다. 허겁지겁 잔뜩 먹는 모습으로 보아 행사 후 집에 가서 저녁밥을 달게 먹기는 글렀다.

가래떡과 귤 접시를 깨끗이 비워낸 아이들은 어찌 나도 체력이 좋은지, 다시 일어나 선물 받은 제기와 팽이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선생님의 지도를 따라 고리 던지기 체험을 하는 등 다양한 놀이를 즐겼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한 공부방 선생님들의 한복 종이접기 수업도 진행됐다. 어른들이 접은 알록달록한 종이 한복들이 아이들의 한복 못지않게 행사의 분위기를 더하는 데에 한몫했다.

평소에 이곳은 공부를 목적으로 수업이 이뤄지는 공부방이다. 봉사자 선생님들은 열과 성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 또한 이러한 분위기에 맞추어 진지하게 학습에 임한다. 하지만 이날 공부방은 설날을 맞이하여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현장학습의 장이 됐다.

다양한 전통 놀이부터, 예의범절을 중요시하는 한국의 설날 세배 풍습을 아이들에게 조금은 더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가르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이 행사는 '전통문화 체험'이라는 이름 아래, 학생들에게 평소에 익숙한 장소에서, 편안한 분위기에 진행된 수업의 연장이었다.

글=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김세흔 기자(아주경제 명예기자)
편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조시영 대표(아주경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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