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8인 체제' 첫 변론… 청와대 전·현직 수석 김규현·유민봉 등 증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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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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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미 선임 재판관 소장 권한대행으로 선출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64·사법연수원 13기) 이 퇴임하면서 첫 '8인 재판관 체제'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는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의 날 선 공방이 벌어졌다.

아울러 청와대 전·현직 수석들은 박 대통령 세월호 당일 행적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존재 여부 등에 대해 증언했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사 대심판정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을 진행했다. 박 소장 퇴임 뒤 재판관 8명만으로 열리는 첫 변론이다.

헌재는 변론에 앞서 오전 9시께 전원 재판관 회의를 열고 소장 권한대행으로 가장 선임인 이정미 재판관을 선출했다.

이 권한대행은 본격적인 변론에 앞서 "헌재 소장이 공석인 상황에서도 탄핵심판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사건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언행을 자제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권한대행은 특히 "이 사건이 가지는 헌정사적 중요성과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사건 절차에서 공정성과 엄격성이 담보돼야 심판결과의 정당성도 확보된다"고 밝혔다.

오전 변론 초반부터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의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헌법재판관 임기를 이유로 심판 선고 기일을 미리 정하면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특히,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짧은 심리를 통해 국가 최고지도자에 대한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 발단은 최순실 씨와 고영태 씨의 불륜이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최 씨 등 증인 15명을 또다시 무더기로 신청했다.

그러자 국회 측의 반박도 이어졌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권한대행 체제가 된 지 두 달로 심각한 국정 공백이자 헌정 위기라면서 탄핵심판을 늦춰 국정 공백 장기화를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통령 측이 노골적인 심판 지연책으로 공정성 시비를 하는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내비쳤다.

이날 증인으로는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전·현직 수석 3명이 모두 오전, 오후로 나뉘어 출석해 박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행적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존재,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진술했다.

우선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던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세월호 참사는 안전수칙을 안 지킨 선박회사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참사 당일 오전 9시 30분까지가 구조작업을 위한 '골든타임'이었는데 오전 10시 30분에는 이미 배가 완전히 기울어져 구조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해경청장이 박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아 청와대가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해외 대형 재난 사고를 예로 들며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미국의 9·11 사태, 프랑스 파리 테러 등은 사전 징후를 포착하지 못하고 일어난 대형 참사이며, 과거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에도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새누리당 의원)은 박 대통령 연설문 수정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존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유 전 수석은 "대통령 연설문 초안을 대폭 수정하는 건 구조상 불가능하다"면서 " 2013년 4월 초에는 대통령 말씀자료 수정이 많았지만, 2014년 업무보고 때부터는 수정에 대한 부분은 거의 없없다"고 밝혔다.

유 전 수석은 또 "최순실 씨는 몰랐고 이번 사건 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청와대 재직시 최씨의 개입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했다.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주프랑스대사)도 이날 오후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모 전 주석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역임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모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장·과장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하며 직접 인사 조처를 지시한 상황을 상세히 진술했다. 그는 2013년 8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과 대통령 대면보고를 할 때 박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 그러더라'며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을 콕 집어 말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당시 놀랍고 당황스러워서 유 전 장관과 서로를 쳐다봤던 것 같다"며 "이후 유 전 장관과 '대통령의 뜻이 그러시니 어쩔 수 없지 않으냐'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7일 열리는 11차 변론기일에서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9일 열리는 12차 변론기일에는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등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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